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은행지주 회장들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경영진을 선임해 달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 원장 주재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KB금융 선우석호 의장, 신한금융 이윤재 의장, 우리금융 노성태 의장, 하나금융 백태승 의장농협금융 이종백 의장, BNK금융 유정준 의장,DGB금융 조선호 의장, JB금융 유관우 의장이 참석했다.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우선 이사회가 은행지주의 위기대응 및 미래 경영전략의 수립‧이행, 건전한 내부통제 환경 조성, 지배구조 개선 등에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길 당부했다. 특히 이 원장은 CEO 선임 과정에서 이사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강조했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면서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발언이 금융지주들의 회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은행지주 가운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 종료된다. 김지완 전 BNK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자진사퇴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가 이사회를 중심으로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으며, 우리금융지주도 조만간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도덕성을 강조한 부분에 주목한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DLF파생결합펀드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로 연속 중징계 처분을 받은 것을 두고 CEO의 도덕성을 강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손 회장은 DLF파생결합펀드 중징계 건에 대해 징계취소 소송을 제기해 1‧2심에서 승소한 이후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는 아직 소송전에 나설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손 회장이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징계를 수용할 경우 연임 자격이 사라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이 도덕성을 언급한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며 “손 회장이 당국의 징계로 소송 없이는 연임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사회가 당국의 손을 들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손 회장의 징계 불복 소송과 이를 통한 연임 도전을 두고 직접 경고성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일 손 회장의 소송 여부와 관련해 “지금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당사자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