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가 17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장관급 전략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원전 등 경제안보 핵심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윤 대통령과 루터 총리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합의했다. 양국 정상회담은 지난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데 회담에 이어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네덜란드는 반도체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 원전 산업, 그리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핵심 파트너”라며 “양국은 기후변화, 팬데믹 같은 글로벌 위기에도 함께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네덜란드 출신 한국전쟁 참전용사 2명의 유해가 지난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점을 언급하며 “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을 맞아 전우들 곁에 잠들기를 희망하신 네덜란드 참전용사 두 분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모셨다. 자유와 평화 수호의 정신은 양국 관계의 발전에 단단한 기반”이라고 했다. 루터 총리는 “대통령이 참전용사 여러분을 이렇게 돌봐주시는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넘어 감동을 느낀다”며 “양국간 연대와 우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고 화답했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네덜란드 왕국 정부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는 “양자적·지역적·글로벌 차원에서 상호 이익을 갖는 전략적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하고 21세기 새롭게 부상하는 공동 도전과제를 함께 해결해나가기로 했다”며 “양 정상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동 관심사를 다루는 협의체는 기존의 차관보급 정책협의회에서 외교장관 간 전략대화로 격상하기로 했다.
반도체·원전 등 경제안보 핵심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도 합의했다. 성명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과 한국 반도체 생산기업 협력을 강화하고, 공급망 회복력을 위해 민간부문을 지원할 의지를 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대통령은 공동언론발표에서 “반도체 생산장비 강국인 네덜란드와 반도체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 간 상호 보완적인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양국 간 반도체 분야의 협력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통의 인식을 확인했다. 두 정상은 성명에서 “북한의 도발 행위가 한반도뿐만 아니라 여타 아시아 지역 및 전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루터 총리는 윤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포함해 “한국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에 지속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2030년 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네덜란드의 지지를 요청했다. 루터 총리는 이를 “긍정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