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MZ세대의 달라진 주류 문화에 발 맞추고자 주류업계가 무알콜, 무설탕, 와인·위스키 등 새로운 제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소주와 맥주 중심이었던 사업 의존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의 다양한 입맛 공략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내겠다는 구상이다.
무알콜·무설탕 주류가 대세
19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주류업체들이 최근 2030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주류 범위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영역의 사업에 손을 뻗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무알콜 맥주 및 무설탕 소주다. 현재 국내 주세법상 알코올 함량이 1% 미만인 경우 주류가 아닌 음료로 구분되며, 알코올이 전혀 없으면 무알코올, 1% 미만이면 논알코올(비알코올)에 해당한다.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12년 13억원에서 지난해 2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 2025년에는 시장이 2000억원대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내 무알콜 시장은 하이트진로가 60%를 점유하고 있고 롯데칠성음료, 오비맥주 등 국내 주요 맥주 브랜드가 그 뒤를 잇는다.
하이트제로 0.00은 지난해 2월 알코올뿐 아니라 칼로리와 당류까지 제로인 올프리 콘셉트로 전면 리뉴얼한 바 있다. 하이트진로는 리뉴얼 후 전년도 매출액이 78% 늘었으며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2020년 ‘카스0.0’을 선보이면서 무알콜 맥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카스0.0’은 출시 후 1년 간 온라인 누적 판매량 400만 캔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무설탕 소주도 인기다. 지난해 무학이 과당 제로를 강조하며 내놓은 소주 ‘좋은데이’는 출시 1년 만에 1억6000만병이 팔린 상황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처음처럼 새로'를 선보였다. 출시 한 달간 700만 병에 근접하는 판매고를 올리며 시장에 안착 중이다.
와인·위스키 사업도 추진 중
와인·위스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내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제주에 위스키 증류소를 건립한다. 공장 증축으로 인해 위스키 신제품 출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규 와이너리 사업에도 진출한다. 롯데칠성음료는 해외 지역의 와이너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올초 최대 와인 산지인 내파밸리의 '셰이퍼 빈야드'와 관련 부동산을 약 3000억원에 인수하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의 주류 사업을 담당하는 신세계L&B는 위스키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올초 제주위스키, 탐라 퓨어몰트 위스키 등 14개 상표를 출원하고 제주도에 증류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샴페인, 오렌지 와인 등 트렌드에 맞는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품종의 와인도 소개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젊은 층의 주류소비에 많은 변화가 있어왔다. 그 변화는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라며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대중적인 입맛이 정해지겠지만 당장은 다양한 술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 같고 이를 해소해주기 위해 업체들은 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제품 출시를 하는 만큼 마케팅도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무알콜·무설탕 술이 인기를 얻으면서 업체들이 마케팅도 2030세대를 대상으로 진행 중에 있다. 흥미로운 건 각 주류업체들의 광고를 보면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것”이라며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새로에는 구미호 캐릭터가, 하이트진로에는 두꺼비가 나온다. 아무래도 캐릭터에 더 열광하는 계층 특성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