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경쟁, 퇴직연금까지…뜨거운 연말 ‘자금 쟁탈전’

금리경쟁, 퇴직연금까지…뜨거운 연말 ‘자금 쟁탈전’

시중은행 연 5%·보험업권 6%대…금투업계에선 ‘연 8%’ 상품도
‘역머니무브’ 우려에 경쟁 가속…금융당국 ‘착한 관치’ 개입
퇴직연금 시장 과열 불가피 할 듯…‘관치’ 지속에는 비판도

기사승인 2022-12-06 07:00:08
그래픽=이희정 디자이너

퇴직연금 상품 만기가 몰려 있는 연말을 맞아 금융권에서 ‘자금 쟁탈전’이 일어나고 있다. 금리인상기에 맞춰 퇴직연금 금리를 올리면서 금융소비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 퇴직연금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보험업권에선 6%대 상품을 출시하는가 하면, 금투업계에서는 무려 8%대 상품을 내놓을 기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금융당국에서는 퇴직연금 취급 금융사들에게 상품 금리를 과도하게 올리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시중은행 및 저축은행을 상대로 수신상품 금리 자제령을 내렸던 것과 같은 ‘관치’가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재현된 셈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올해 말 퇴직연금 가입자에게 적용될 각사별 퇴직연금 상품의 금리를 공시했다. 

이 중 시중은행들의 경우 평균 5%대를 제시했으며, 보험업권은 6%대 수준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업계도 보험업권과 마찬가지로 6%대에 형성됐는데, 이 중 키움증권이 8.25%의 금리를 제시한 바 있으며, 다올투자증권은 이달 8.5%의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말 금융사들이 연 2%대 중반 금리를 내세웠던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적게는 두 배, 많게는 네 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이같은 금융사들의 퇴직연금 금리인상의 뒷배경에는 ‘역머니무브’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경우 매년 12월에 만기가 찾아오는데, 만기 이후 새로운 상품을 찾아 나서는 경향이 강하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경쟁이 과열될 이유가 없지만, 최근 자금시장의 경색이 급격히 진행됨에 따라 각 금융사들이 자금이탈을 막고 신규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퇴직연금의 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상황이다. 대형 금융사들이라면 자금이탈이 큰 타격이 되지 않겠지만, 중소형 금융사들은 퇴직연금 자산에 포함된 채권을 매각한 뒤 현금화해 새 사업자에게 넘겨주는 과정에서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터질 수 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에서는 퇴직연금 시장의 ‘과당 경쟁 자제’를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시중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총 90개 금융사에 12월 퇴직연금 금리를 결정할 때 운용 수익 등을 고려해 금리를 결정하라는 취지의 행정지도를 내렸다. 또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8일 ‘퇴직연금 머니무브’ 현상 등에 대해 “금융시장 특성상 쏠림이 생길 경우 금융당국이 일부 비난을 받더라도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다”고 발언했다.

실제로 금감원의 ‘경고’ 아닌 ‘지도’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연 8.25%의 금리를 공시했던 키움증권은 지난 2일 해당 상품 판매를 중단했으며, 연 8.5%라는 가장 높은 금리를 공시한 다올투자증권은 ‘금리는 확정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은 가속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게 금융전문가들의 견해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지난달 말 보고서를 통해 “매년 연말 퇴직연금 시장에서 30%의 자금이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올해는 금리인상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이동 규모가 상당히 증가할 것이다. 특히 은행권으로의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한 ‘착한 관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얼마 전만 하더라도 예대금리 공시를 공개하면서 예금금리를 올리라고 압박했는데, 지금은 예금금리 뿐 아니라 퇴직연금 시장에도 압박을 주고 있다”며 “연말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상황의 특수성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전방위적인 압박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금융시장의 경색을 가져오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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