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향한 검찰의 대중없는 수사로 물밑에서부터 감지됐던 민주당의 균열 분위기가 단합 양상으로 급선회했다. 지난주까지는 분당 가능성을 은연중 노출했던 이들이 일제히 태도를 바꿔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해 일축했다.
6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주부터 민주당 내에서 조금씩 나오던 분당 이야기가 이번 주 들어서면서 종적을 감췄다. 민주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재명 당 대표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비명계 중심의 당내 기류가 지난 주말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 구속 결정을 전후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검찰의 마구잡이식 수사가 분열 직전의 민주당을 오히려 단합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훈 전 실장의 구속영장 발부를 전후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연달아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향한 강한 비판의 메시지를 내면서 친문계를 포함한 비명계 인사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인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대표 정무기획실장 등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로 당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비해 이재명 다음도 생각해야 한다는 비명계의 이야기들도 쑥 들어갔다.
민주당 비명계 한 중진 의원은 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진상·김용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합리적인 의견이 있을지언정 당 대표를 불신하진 않는다”며 “분당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고 언론에서는 민주당이 분열해 싸우길 바라면서 하는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마구잡이식 수사가 분열 직전의 민주당을 오히려 단합시키는 계기가 된 걸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만 검찰 수사가 이뤄졌다면 비명계는 당내 단합에 적극 호응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지만 비명계·친명계 가리지 않는 대중없는 검찰 수사에 야권 전체가 공동 대응하게 됐다.
법조 경력을 지닌 민주당 한 의원은 쿠키뉴스에 “검찰이 정무적 판단을 잘못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검찰이 민주당을 분열시킬 생각이었으면 이재명 대표를 향한 사법리스크만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자신들이 정무적인 판단을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체로 큰 그림으로 보면 정무적으로 잘못 판단할 때가 태반이고, 이번에도 그런 경우로 봐야한다”고 부연했다.
정치적 의도가 섞인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오히려 민주당 세력을 뭉치게 하는 효과를 냈다는 정치평론가의 분석도 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5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은 야당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섬멸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전쟁을 치르듯 무리한 수사 행태를 보여왔다”며 “수사 대상이 된 야당의 기가 잠시 꺾일 순 있지만, 정치적 의도만 있고 정무적 고려 없는 검찰 수사는 무리수를 넘어 결국 자충수가 됐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민주당 내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던 분당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졌다. 사법리스크가 커지면서 분당론에 불이 지펴졌지만, 검찰의 대중없는 수사에 이내 불씨가 사그라진 것이다.
오랜 기간 민주당에 몸담아온 한 당 관계자는 “민주당 분당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분당으로 얻을 게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는 “내후년 총선을 앞둔 가운데 분당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의석수를 얻으려면 구심점 역할을 할 대권주자가 있어야 한다”며 “여야 모두 분당설이 돌고 있지만 양당 모두 그런 역할을 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명계가 총선 공천에서 비명계를 완전히 배제하는 전횡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분당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사법리스크만을 이유로 분당하자는 건 결국 모두가 죽자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