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손해보험업계에서 재차 ‘자동차보험료’ 산정 논의가 시작됐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꾸준히 자동차보험료가 올랐는데, 올해의 경우 손해율이 적정선에 맞춰지면서 보험료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과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료 산정을 두고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올리기 위해선 인상률이 적정 수준인지에 대한 검증을 개발원으로부터 받게 되는데, 현재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증이 끝나게 되면 이달 중 인상률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손보업계는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도 했다. 지난 2월 삼성화재가 올해 자동차보험료를 1.2% 내린다고 밝힌 이후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이 연이어 동참했다. 당시 △현대해상 1.2% △메리츠화재, DB손해보험 1.3% △KB손해보험 1.4%을 각각 인하했다.
개별 손해보험사들 중 자동차보험 인하 폭을 확정한 곳들도 나타났다. 먼저 롯데손보는 내년 자동차보험 책임개시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올해보다 2.9% 인하하기로 지난 7일 확정했다. 여기에 메리츠화재는 최대 2.5%까지 내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자동차보험 ‘빅4’에 해당하는 손해보험사들의 보험료율 인하 폭이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점유율은 약 85%에 육박하는데, 이들의 인하폭이 가장 많은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
당초 손보업계에선 자동차보험료 인하폭을 1%대로 가닥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보험상품의 적정 손해율은 80%로, 지난 10월 기준 손보 5개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평균 78.62%로 전년 대비 소폭 개선된 상황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1%보다 더 큰 인하가 필요하다고 손보업권을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일부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움직임을 거론하면서 “시장의 85%를 차지한 ‘빅4 손해보험사’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대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업계 5위권인 메리츠화재가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2.5%, 롯데손해보험은 2.9% 수준으로 인하할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며 다른 보험사들의 참여를 재촉했다. 시장에선 빅4 손보사가 자동차 보험료의 가격 결정권을 주도한다고 보고 있어 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료가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구성하는 항목인 만큼 정부와 여권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손해보험업계도 적극적으로 민생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또한 자동차를 소유한 국민이 많은 데다 자동차 보험은 필수로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정치권의 설명이다.
이같은 상황 속 손보업계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료 인상폭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니 손보사들이 차보험료 인하 압박을 버티기 힘든 상황인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과 정치권이 원하는 수치인 2%대에 보험료 인하 폭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이제 막 자동차보험료율 인하 논의가 들어갔는데, 2%대 인하에 대한 압박이 강한 만큼 이를 무시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보험료율 조정은 상반기 하반기 두 차례에 결정되는데, 하반기에 2%대가 내려간다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다시 손해율이 늘어날 것이라 예상되다 보니 인하는 어렵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