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이 강력한 반대 입장에도 전주시장이 추천했다는 이유로 집행위원장 임명이 강행된 것은 전주국제영화제가 그동안 지켜왔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의 기본 원칙을 우범기 전주시장이 완전 무시하고 있다.”
전북 전주의 대표적 문화자산인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에 24회째 영화제를 앞두고 뿌리 채 흔들리고 있다.
영화인들의 반대에도 우범기 전주시장이 정준호 집행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방은진·한승룡 감독, 권해효 배우 등 영화인 이사 3인이 지난 14일 이사회 직후 항의 차원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날 (재)전주국제영화제조직위원회는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과 정준호 영화배우를 선출해 2인의 공동 집행위원장 체제로 운영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영화인들의 반발을 샀다.
부산영화제 사태 이후 영화제의 독립성이 중시되고 있는데도 영화인들의 반대에도 시장이 독단으로 집행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주시가 영화제의 재정 지원을 맡고 있어 당연직 조직위원장(이사장)은 전주시장이 맡고 있지만 공동 집행위원장 선출 및 구성까지 이사장이 독단적으로 밀어붙여 영화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서 정준호 집행위원장 임명은 영화인 3인의 반대 속에 우범기 시장과 천선미 전북도청 문화체육관광국장의 위임장을 받은 서배원 전주시 문화체육국장, 전 시의원 등 4명의 찬성으로 이뤄졌다. 영화인들에게는 단 1표도 얻지 못했다.
영화인 A씨는 “정준호씨는 국제영화제와 관련된 행정이나 실무경험이 전혀 없고, 선거 때 보수 정치인 지지 유세를 다니며 정치판을 기웃거리던 배우”라며 “독립영화의 최전선에 있는 전주국제영화제 정체성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라고 혹평했다.
또한 “부산영화제나 부천영화제 때처럼 전주영화제도 독립을 제도화할 때가 온 것 같다”며 “한 사람에 의해 20년을 훌쩍 넘긴 영화제가 뿌리 채 흔들리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