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트롯맨’ VS ‘미스터트롯2’ 봤더니

‘불타는 트롯맨’ VS ‘미스터트롯2’ 봤더니

기사승인 2022-12-23 16:01:34
MBN ‘불타는 트롯맨’(왼쪽), TV조선 ‘미스터트롯2’ 포스터. 각 방송사

여기,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떴다. 서로 원조라 주장하는 TV조선 ‘미스터트롯2 -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하 미스터트롯2)과 MBN ‘불타는 트롯맨’이 촉발한 트로트 대전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모태가 같은 만큼 두 프로그램은 상당 부분 닮았다. 이들의 목표는 새로운 스타 탄생. 제 2의 임영웅을 발굴할 승자는 누구일까. 이번주 나란히 첫 방송을 마친 ‘미스터트롯2’와 ‘불타는 트롯맨’을 들여다봤다.


MBN ‘불타는 트롯맨’에 지원한 ‘진또배기’ 원곡자 아들 이승환. 방송 캡처

 ‘불타는 트롯맨’, 그릇만 바꾼 아는 맛

식당이 간판 바꾼다고 맛이 달라질쏘냐. MBN ‘불타는 트롯맨’은 제작진이 가장 잘하는 메뉴를 그릇만 바꿔 새로 선보인 듯하다. 제작진이 기존에 만들었던 TV조선 ‘미스·미스터트롯’과 거의 모든 부분이 같다. ‘불타는 트롯맨’은 ‘미스터트롯2’과 제작·방송 일정이 겹쳐 참가자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였다. 인지도 있는 기성 가수들이 ‘미스터트롯2’를 택한 반면, ‘불타는 트롯맨’ 라인업에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이들이 채워졌다. ‘불타는 트롯맨’은 이를 신선함으로 포장했다. 예심부터 방청객과 함께해 활기찬 맛을 더했다. 무대를 마칠 때마다 상금이 불어나는 상황을 눈에 보이게 연출했다. 다소 산만하지만 재미는 확실하다. 다만 ‘미스터트롯2’ 후발주자라는 인상이 지워지진 않는다. 뚜렷한 개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첫 회부터 인상적인 출연자가 여럿이다. 기발한 콘셉트로 어머니들을 열광시킨 신명근, 임영웅과 이름이 같아 개명을 고민했다던 황영웅, 당찬 무대를 선보인 홍성원 등이 그렇다. 원석을 ‘불타는 트롯맨’만의 방식으로 가꿔내는 게 숙제다. 묘하게 ‘미스터트롯’이 떠오르는 장면들은 눈여겨볼 재미 요소다. 이찬원이 불러 화제가 된 ‘진또배기’의 원곡자 아들이 등장하고, 고배를 마셨던 ‘미스터트롯’ 출신 참가자들이 실력을 재정비해 놀라움을 준다. 익숙한 듯 새로운 맛을 ‘불타는 트롯맨’만의 맛으로 만드는 게 숙제다.

가수 박서진. TV조선 ‘미스터트롯2’ 방송 캡처

‘미스터트롯2’, 차린 건 많지만…

차린 건 많지만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미스터트롯2’ 첫 방송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서혜진 PD가 빠진 ‘미스터트롯2’는 유명 가수를 동원해 물량 공세를 펼쳤다. KBS2 ‘트롯전국체전’ 우승자인 가수 진해성을 비롯해 ‘장구의 신’ 박서진,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성민, 래퍼 슬리피 등 화려한 참가자 진용으로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문제는 첫 회에서 참가자 대부분이 ‘올 하트’(합격)를 받아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참가자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영향이겠으나, 그로 인해 특별히 눈에 띄는 참가자가 없다는 것도 아직까진 약점이다. 가수 장윤정은 언제나처럼 쉽고 자세한 평가로 ‘미스터트롯2’에 전문성을 불어넣었다. 반면 매 시즌 반복된 “무대에 푹 빠져 합격 버튼을 못 눌렀다”는 일부 심사위원의 멘트는 손볼 필요가 있다. 참가자 앞날을 결정하는 합격 버튼을 “잊어버려서” 못 눌렀다는 해명은 심사위원으로서 자질을 의심하게 한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미스터트롯2’를 다시 찾는 이유는 참가자들의 반짝이는 진심과 재능 때문이다. 앳된 얼굴의 최수호가 구성진 가락을 뽑아낼 때나 트로트 영재로 소개됐던 장송호가 올 하트를 받고 눈물을 뚝뚝 흘릴 때, 박서진이 “기계적으로 노래하는 내 모습에 가수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할 때, 시청자들은 ‘미스터트롯2’를 봐야 하는 저마다의 이유를 발견했을 것이다.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라는 부제는 염원에서 그칠까, 아니면 앞날을 예견한 말이 될까. 아직은 흐릿하다.

김예슬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김예슬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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