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최고금리의 역설…사채로 몰리는 저신용자들

법정최고금리의 역설…사채로 몰리는 저신용자들

기사승인 2022-12-29 10:11:11
쿠키뉴스DB

대부업들이 담보대출을 늘리면서 대출 잔액이 10여년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법정최고금리가 20%로 제한된 상황에서 자금조달 금리가 오르자 대부업체들이 담보대출 영업에 주력한 결과다.

이는 담보가 부족한 저신용자들이 대부업에서 밀려나는 결과를 불러왔다. 금융당국은 이에 법정최고금리 인상이나 시장금리 연동제 도입을 통해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말 대부업자의 대출잔액은 15조8764억원으로 지난해말(14조6429억원)과 비교해 1조2335억원 증가했다. 반면 대부업 이용자는 106만4000명으로 지난해 말(112만명)과 비교해 5만6000명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올해 상반기 담보대출 증가액은 9357억원, 신용대출 증가액은 2978억원을 기록했다. 담보대출 증가액이 신용대출 증가액의 3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2년전 전체 대출 가운데 절반에도 못 미치던 담보대출 비중은 이에 53.8%까지 늘어났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법정최고금리 인하와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신용대출을 통해서는 이익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규모가 있는 대부분의 업체들은 부실을 우려해 담보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업체들이 담보 위주 영업에 나서는 사이 대부업 이용자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대부업 이용자 수는 총 106만4000명으로 지난해 말(112만 명) 대비 5만6000명이 감소했다. 5년 전 대부업 이용자가 250만명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숫자다. 

특히 대부업에서 줄어든 이용자들은 돈을 빌릴 곳이 없는 저신용 차주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대부업체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차주는 총 96만8688명으로 지난해 말(106만7,005명)보다 9만8317명 감소했다. 줄어든 차주 가운데 신용점수가 300점대인 저신용 차주는 무려 7만832명에 달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와 금리인상이 겹치면서 저신용차주들이 돈을 빌릴 곳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 이에 당국은 법정최고금리를 높이거나 시장금리와 연동해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현 법정최고금리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지난 7월 KDI FOCUS ‘금리 인상기에 취약계층을 포용하기 위한 법정최고금리 운용방안’을 통해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해 취약차주의 대출시장 배제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금융기관이 가계·기업에 대출하기 위해 조달하는 자금의 금리가 상승한다”며 “특히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수준의 대출을 취급하는 고금리 업권의 조달금리는 기준금리에 비해 빠르게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정 수준으로 법정최고금리가 고정돼 있다면 조달금리 상승만으로도 취약차주의 대출시장 배제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시장에서 배제되는 차주들은 더 이상 대출기회 자체가 막혀버리거나 비제도권 금융에 가면 법정최고금리와 비교 안 될 정도로 높은 금리의 사채 등으로 밀려나 피해가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법정최고금리에 근접한 대출을 받는 가계는 주로 소득수준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취약계층임을 고려할 때, 법정최고금리를 시장금리와 연동해 금리 인상기에도 취약계층의 만기 연장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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