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기습 시위에 아수라장 된 4호선

전장연 기습 시위에 아수라장 된 4호선

기사승인 2023-01-03 11:32:2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출근길 탑승 시위를 하려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에게 탑승을 저지당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역에서 기습 시위에 나섰다. 운행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탑승 하겠다는 시위대와 이를 저지하는 경찰·서울교통공사 사이 충돌도 벌어졌다.  

전장연 회원 20여명은 3일 오전 8시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역 하행선에서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254일 차 지하철 선전전’을 시작했다. 당초 전장연은 이날 10시30분부터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하겠다고 예고했으나, 갑작스럽게 일정을 바꿨다.

이들은 기습 시위를 벌인 만큼 공사와 경찰의 제지 없이 지하철에 탑승했다. 이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하차했다. 역 내에서 발언 후 다시 승차하려 했던 전장연은 공사 직원과 경찰의 대응으로 인해 탑승하지 못했다.

공사와 경찰은 지하철 출입문마다 인력을 배치했다. 스크린도어 앞에서 팔짱을 낀 채로 인간 띠를 만들어 전장연의 탑승을 막아섰다. 손으로 휠체어를 잡으며 제지했다. 스크린도어를 아예 몸으로 감싸며 진입 자체를 가로막았다. 전장연은 이후에도 수차례 지하철 탑승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막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일 오전 서울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출입문마다 인력을 배치해 시위에 대응했다.   사진=최은희 기자

공사 측은 전장연에 소음 행위 중단과 함께 퇴거를 요구했다. 소창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장은 “역사 시설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등은 금지되어 있다”고 수십 차례 경고했다. 이에 불응하면 열차 탑승을 막겠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전장연 활동가들은 “장애인도 지하철 타고 싶습니다”, “장애인도 시민이다”라고 구호하며 반발했다. 이들은 “5분 이내 시위 평화롭게 하겠다는데 왜 막아서냐. 이틀 내내 장애인들의 열차 탑승을 아예 막고 있다”라고 외치며 공사 쪽에 열차 탑승을 가로막지 말라고 요구했다. 승강장 내에서 앰프를 틀기도 했다.

양측 간 대치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도 빚어졌다. 좁은 승강장에서 서로 밀치거나 멱살을 잡는 등 폭력, 욕설이 난무했다. 부상자도 나왔다. 전장연 회원들을 공사 직원이 막아서는 과정에서 전장연 회원 한 명이 승강장 바닥에 넘어졌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3일 오전 서울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다가 서울교통공사 측과 거칠게 대치하고 있다.   사진=최은희 기자

 

이날 오전 10시30분경, 서울 4호선 삼각지역에서도 혼잡이 빚어졌다. 전장연 회원과 활동가 등 10여명이 상행선 방면에 모여 예고됐던 해단식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전장연 회원들에게 해산을 요구하던 삼각지역장이 넘어졌다. 역장은 시위대 중 한 명의 전동 휠체어에 부딪혀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전장연은 “치라는 듯 서있다가 넘어지시고는 119를 부르냐”고 반박했다. 역장은 역에 도착한 119 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이동했다.

혼란한 승강장에 하차한 시민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승강장에 가득찬 경찰을 보고 놀란 듯 토끼눈을 뜨고 두리번 거리는 승객도 있었다. 일부는 “적당히 하지”, “너무하네, 정말” 등의 불평을 토로했다. 승강장 인파에 밀려 지하철을 놓치는 승객도 있었다. 매일 4호선으로 출퇴근한다고 밝힌 김모(29)씨는 “1년째 이런 상황을 마주하니까 너무 화가 난다”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지 모르는 점도 문제다.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새해 첫 출근일인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출근길 탑승 시위를 하려는 가운데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에게 탑승을 저지당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전장연은 2일 오전 9시부터 4호선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이를 막는 공사·경찰 측과 역사 내 승장장에서 온종일 대치했다. 시위 여파로 삼각지역에서는 열차 13대가 무정차 통과했다. 전장연은 대치 13시간 만인 오후 10시 자진 해산했다.

앞서 법원은 공사가 전장연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전장연이 시위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공사가 내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도록 강제 조정했다. 전장연이 5분 넘게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키면 1회당 50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전장연은 조정안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관용 대응 원칙을 강조하며 강제조정안을 거부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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