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되살려내”…尹 비판 작품 철거에 작가들 ‘분노’

“내 새끼 되살려내”…尹 비판 작품 철거에 작가들 ‘분노’

공동주관 국회의원들 동의 없이 작품 철거
민형배 “예술 문맹 국회…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광재 “이태원 참사 국조 이후가 좋다는 공감대”

기사승인 2023-01-09 16:54:24
9일 국회 본청에 2023 굿바이전 인서울(굿바이전) 참여 작가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안소현 기자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2023 굿바이전 인서울(굿바이전)’이 국회 사무처에 의해 철거됐다. 이에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과 공동주관한 의원들이 국회를 항의 방문했다.

9일 오전 민형배·윤미향 무소속 의원,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굿바이전’ 참여 작가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표현의 자유를 짓밟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전시회 취지는 시민을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권력 등을 신명 나게 풍자하는 것”이었다며 “10·29 참사로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비판하고 희생자를 기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를 향해서는 “예술인의 의지를 강제로 꺾었다”며 “국회조차 표현의 자유를 용납하지 못하는 현실이 부끄럽다”고 질타했다.

회견이 끝난 후 이들은 국회 사무처를 항의 방문했다.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자리에 없었다. 자리에 있던 실무진도 작가들의 항의에 답변을 머뭇거렸다.

전시 참여자인 고경일 굿바이전 조직위원장은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남의 재산을 가져가느냐”며 “우리 작품을 돌려놔라. 원상복귀 시켜라”고 분노했다.

이후 실무진과 항의 방문자들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지만 이광재 사무총장이 오지 않는 이상 모든 질문에 답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고 위원장은 “작품을 원상복귀 시키기 전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겠다”며 “작품은 ‘내 새끼’인데 어떻게 발 뻗고 잘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 또한 “예술 문맹 국회”라며 “(국회 사무처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2시 경 작가들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 총장은 작가들과 면담을 끝낸 후 기자들과 만나 “예술에서 표현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표창원 전 의원 사례가 있듯 국회가 국가적 갈등(의 장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창원 전 의원은 2017년 1월 중 국회 의원회관 전시회를 주최했다. 해당 전시회에는 박 전 대통령이 알몸으로 침대에서 자는 모습의 그림이 있어 여성성을 조롱했다는 지적이 쏟아져 전시가 중단된 바 있다.

이 총장은 “시기상으로 조금 부적절하다”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끝나면 적당한 시기를 택해 전시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의원들 사이 공감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 관계자는 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정조사 이후에 여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도 미루지 그랬냐”며 “사무처 규정이 어떤지는 몰라도 ‘표현의 자유’라는 상위법이 있는데 무슨 이유를 대든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2023 굿바이전 인서울(굿바이전)에서 전시 예정이었던 작품들.   사진=오종선 작가 페이스북 갈무리

앞서 굿바이전은 이날부터 13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주최 측과 국회 사무 측 실랑이 끝에 철거됐다.

해당 전시회는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과 굿바이전시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강민정 민주당 의원 외 9명, 민형배·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 12명의 국회의원이 공동주관했고 작가 30여명의 정치풍자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

전시회는 국회 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상태였지만 개막 전날 국회 사무처 측은 공동주관한 의원들에게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의원들은 늦은 시각 공문을 받고 어떻게 할지 논의했다고 전해졌다. 국회 측은 조속히 전시가 철거되지 않자 이날 새벽 중에 전시를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에서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 측에서는 전시회를 향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서면 논평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정권 풍자를 명분으로 대통령과 배우자를 비방하는 전시회를 국회에서 주관하려 했다”며 “표현의 자유 뒤에 숨어 대선 불복의 헌법 정신 파괴를 자행하려는 민주당 세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질타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또한 구두 논평을 통해 “정치 풍자의 수준을 넘은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모독”이라며 “‘저질 전시회’를 공동 주관한 민주당 의원들의 처신도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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