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기에 빠진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1‧3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각종 규제를 완화하며 훈풍을 기대했으나 시장 한파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서울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은 대부분 “현장 체감은 없다”고 입 모았다. 노원구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규제완화에 대한 체감은 전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급매 위주로 거래가 되고 있고 일부 문의 전화는 늘어났으나 시장이 살아나는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의 최대 수혜로 꼽힌 둔촌주공 인근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규제완화 후 둔촌주공 계약에 대한 문의는 늘었지만 실제 계약으로 이뤄진지는 모르겠다”며 “둔촌주공 이외에 문의나 거래는 따로 없다. 규제완화 전후 다른 게 없다”고 밝혔다.
실제 부동산 규제 완화책 발표 후 첫 수도권 대단지 청약으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도 안양 동안구 호계동 ‘평촌 센텀퍼스트’도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평촌 센텀퍼스트는 627가구 특별공급에 83명만 지원, 평균 경쟁률 0.13대 1을 기록했다. 면적별로는 공급량이 가장 많았던 59㎡은 475가구 모집에 50명이 지원했다. 275가구를 모집하는 A형은 31명, 163가구를 모집하는 B형은 11명, C형 지원자는 8명에 그쳤다.
선호도가 높은 ‘국민 평형’인 전용 84㎡도 19가구 모집에 16명이 지원했다. 79가구가 나온 전용 72㎡에는 5명이, 전용 36·46㎡에는 각각 6명이 신청했다. 평촌 센텀퍼스트는 높은 분양가가 저조한 경쟁률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단지 분양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10억1300만원~10억7200만원이다.
규제완화에도 여전히 높은 금리와 고분양가로 인한 걸림돌이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5.27∼8.25%로 집계됐다. 더욱이 지난해 7%대였던 금리 상단은 올해 들어 8%를 넘어섰다.
예를 들어 4억원대 주담대 대출을 받은 경우, 2021년(이자 3%) 168만원을 매달 납부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 8.25%의 금리를 적용하면 월 300만원을 내야 한다.
규제완화에도 ‘고금리‧고분양가’ 이중고 부담
집값 하락세와 반대로 매해 높아지는 분양가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평균 1522만원으로 2000년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금액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상승액도 1311만원에서 211만원 올라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올해 금리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고 건축비를 포함한 건축 자재비도 인상돼 분양가 인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규제완화가 돼도 고금리가 잡히지 않으면 거래가 살아나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부동산인포 권일 팀장은 “지난해부터 금리가 매우 가파르게 인상됐고 올해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어 매수자들이 단기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거나 회복되진 않을 것 같다”며 “둔촌주공 같은 경우 계약을 앞두고 규제가 상당 부분 해소돼 계약률에 도움은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신규 분양에는 없던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점진적인 변화는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시장에 있어 금리가 안정돼야 규제 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위원은 “고금리에 경기 침체까지 겹쳐 위축된 부동산시장의 낙폭을 줄이는 연착륙 효과로 금리 인상 랠리가 마무리되면 정책 효과와 맞물려 급매물 중심 거래 예상되나 시장 반등 여부는 경기침체 변수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시장의 경우 1주택자 처분조건부 분양 폐지로 관심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백새롬 부동산R114 연구원도 “규제 완화 기조를 통해 일부 국소 지역 거래량이 다소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올해도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주택 매수세가 회복되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