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끝났지만…조상님, 올해도 온라인서 만나요

비대면 끝났지만…조상님, 올해도 온라인서 만나요

기사승인 2023-01-21 13:01:01
온라인 성묘 서비스 관련 유튜브 영상 캡처. 보건복지부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임우진(29)씨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도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 부모님께는 영상통화로 안부를 전할 예정이다. 숨 막히는 교통체증, 친척들의 결혼 성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감염 위험까지. 연휴마저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다. 임씨는 “이번 명절에도 나만의 휴식 시간을 갖고 싶다”라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더라도 고향에 가는 대신 집에 머무르며 쉴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절을 대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의 인식 변화는 뚜렷하다. 전통문화를 지키기보다 비대면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민들이 경기 포천시 동교동에 위치한 천보묘원에서 차례를 지내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20일 쿠키뉴스 취재에 응한 MZ세대들은 이번 설에 차례나 성묘 대신 랜선 차례·사이버 추모관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고향을 찾아가거나 친인척들이 다 같이 모여 차례를 지내야 한다는 의무감도 없다. 지난 2021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제4차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한 비율은 10대 53%, 20대 63.5%, 30대 54.9%로 과반을 넘겼다.  

매년 어머니를 도와 10가지가 넘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던 이은지(30·여)씨. 올해 설에는 부모님께 온라인 차례상을 제안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이후 명절에 모이는 친척 수가 급격히 줄어든 데다가 낭비하는 음식이 많아서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에 접속하면 온라인 추모·성묘가 가능하다. 가상의 공간에서 차례상 꾸미기, 헌화·분향하기, 지방 쓰기 등도 할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설 기간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인원은 28만5천445명에 달한다. 

차례·성묘 절차를 생략한 이들도 있다. 경기 평택에 거주하는 주부 김민혜(28·여)씨는 “코로나19 이후 차례상 규모가 줄어들더니, 올해는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설에는 시부모님과 모든 끼니 외식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가 달라진 만큼 세대 간 서로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경남 함양의 설날 풍경. 한복을 입은 아이들이 다 같이 모여 있다.   사진= 곽경근 대기자

세뱃돈을 주고받는 풍경도 달라졌다. 직장인 박모(31·여)씨는 모바일뱅킹을 이용해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송금할 계획이다. 박씨는 “꼭 얼굴을 마주하고 세뱃돈을 줘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현금 대신 간편하게 비대면으로 주는 방법도 있지 않나. 서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변화 이면에 기존의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높은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 층은 관습에 얽매이기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다. 명절 연휴도 전통적인 의미에서 벗어나 개인을 위한 재충전의 시간으로 바뀌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도 이런 변화를 가속했다. MZ세대가 사회주도층으로 올라서면 과거보다 명절 귀성 행렬을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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