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5개월 연속 내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고금리 여파가 이어지면서 수출마저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내수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재정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보고서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의 BSI는 69로 전월 대비 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BSI는 기업가가 현재 기업경영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전망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전 산업BSI는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100을 넘은 적이 없다.
개별 업권을 살펴보면 제조업 업황 BSI는 66으로, 한꺼번에 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8월(66)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규모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8포인트, 1포인트 하락했고 수출기업(8포인트)의 체감 경기가 내수기업(3포인트)보다 더 나빠졌다.
비제조업 BSI는 71로 전월 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정보통신업은 연말 예산 소진 효과 소멸과 겨울철 비수기 등 계절적 요인으로 매출이 감소하면서 14포인트 내렸다. 특히 월드컵 종료로 인한 방송 광고 수요 소멸로 전문·과학·기술서비스가 10포인트 내려갔으며 도소매업도 내수 부진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으로 3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심리하락 뿐 아니라 고물가 장기화 등으로 운영 자금 수요가 커진 기업이 급증하면서 대출이 폭증했다는 것이다. 특히 건전성 부문에서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1500조원 가까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들의 자본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은행·비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148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권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020년 1분기 1000조원을 넘어서더니 △2020년 말 1152조4000억원 △2021년말 132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2022년말에는 1500조원을 돌파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같은 상황 속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은 부실 차단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은행연합회는 26일 5대 은행(농협·신한·우리·하나·국민)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고금리 부담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먼저 5대 은행은 신용등급은 낮지만 연체가 없는 중소기업이 신용대출 연장 시, 금리가 7%를 초과하면 최대 3%p까지 금리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자감면 금액은 대출원금 자동상환에 쓰인다. 은행별로 중소기업의 고금리 이자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금리를 최대 2∼3%p 인하하는 지원방안도 함께 시행한다.
또한 중소기업이 고정금리로 대출을 신규 신청하거나 대환하는 경우, 변동금리 수준까지 금리를 최대 1%p 인하해 주고, 6개월 주기로 금리전환 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금리변동에 따라 고정·변동 금리로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이 신청할 경우 변동금리 대출을 현재금리 수준의 고정금리 대출로 대환해주는 지원방안과 연체 중인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연체대출금리를 1년간 최대 1~3%p를 낮추는 지원방안도 시행하기로 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