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가구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2월 난방비 고지서를 앞두고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국민들이 난방비 폭탄에 시름하는 사이 정치권에서는 난방비 인상 책임을 두고 서로를 탓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28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이 가스공사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2021년 3·4월 산업부에 ‘민수용 원료비’를 전월대비 12% 인상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원료비’가 인상되면 소비자가 내는 ‘가스요금’도 인상된다.
이에 가스공사는 인상폭을 줄여 ‘4% 올려달라’고 재차 신청했지만, 산업부는 그해 6월 반대로 요금을 2.9% 내렸다. 이 당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연초 대비 44%가 오른 상태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초 MMBTU(25만㎉를 내는 가스 양)당 2.52달러였던 천연가스 가격이 6월 말에는 3.65달러가 됐다.
가스공사는 이후 7·8월 20%, 9·10월 34%, 10월 49%, 11·12월 88%의 원료비 인상 신청을 이어갔으나 모조리 묵살당했다는 게 한 의원실 측 주장이다. 한무경 의원은 “제 때에 제 값으로 받을 수 있게 정상적으로 올렸다면 일어나지 않을 후폭풍”이라며 “난방비 폭탄의 근본적 원인인 이전 정권의 잘못된 에너지정책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앞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6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난방비 폭등을 두고 지금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기이고 무책임과 뻔뻔함의 극치”라며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포퓰리즘 폭탄을 지금 정부와 서민들이 다 그대로 뒤집어쓰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1년 1분기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LNG(액화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했고 2021년 1월부터 작년 10월 사이 주택용 가스요금이 미국은 무려 218% 인상됐고 영국은 318%, 독일은 292% 상승했는데 이 기간에 우리나라는 38.5%를 인상했다”며 “더구나 문재인 정부는 대선 전까지 1년 반 동안 가스요금을 동결했다가 그것도 선거가 끝난 이후에 겨우 12%를 인상했다”고 강조했다. 문 정부가 선거를 의식해 가스요금을 올리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는 페이스북을 통해 “서민과 영세 중소·자영업자들은 팬데믹의 직격탄을 맞으며 생계를 접고, 극심한 생활고에 내몰렸었다”며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였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연이어 인상하고 서민의 에너지 지원 예산을 줄이고 뒤늦게 추가 지원대책을 내놓은 것 모두 윤석열 정부의 정책 결정”이라며 “거짓 주장으로 책임 떠넘기기를 한다고 해서 자기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민생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난방비 인상을 문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여당에 일침을 날렸다. 그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을 때 이전 정권 탓, 과거 탓을 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결국 민생 해결은 안 되고 서로 남 탓하며 싸우는 길로 빠지게 됩니다”라며 “남의 탓하고 비판이나 하려면 뭣하러 정권을 잡았습니까? 정부는 지금 벌어진 일에 대해서 책임지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난방비 폭탄 사태에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난방비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26일 기초생활수급 가구 및 추위 취약계층 117만6000 가구를 대상으로 올 겨울 한시적으로 ‘에너지 바우처’ 지원 금액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가스공사도 사회적 배려 대상자 160만 가구에 대한 가스요금 할인 폭도 올 겨울에 한해 9000원~3만6000원에서 1만8000원~7만2000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