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난히 많은 횡령사고가 금융업권에서 발생한 가운데 금융당국을 비롯해 정치권, 금융사들이 연이어 내부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 임직원의 횡령을 방지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은 금융회사 임직원이 5000만원 이상 횡령한 경우 해당 금융사 대표자의 직무를 6개월 정지하는 등 금융사 내부통제와 책임을 크게 강화 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78개 금융기관에서 총 327회 1704억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횡령사고로 인한 피해금액도 2017년 144억원 수준에서 2018년 112억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19년에는 131억원 △2020년 177억원 △2021년 261억원 △지난해 8월까지 876억원으로 2017년 대비 6배 이상 급증 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중대 금융사고 기준을 마련했으며 △중대사고 발생시 해당 금융사에서 금융위원회, 국회 상임위에 금융사고 발생경과 및 대책 보고 △금융사 대표자 직무 최대 6개월 정지 △중대 금융사고 방치시 최대 1억원 과태료 부과 등 금융회사와 금융당국 모두에게 실효성 있는 중대 금융사고 방지대책 수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양정숙 의원은 “이번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금융회사들이 국민들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며 “중대 금융사고 발생시 금융사금융위원회 회가 함께 논의하고 대책을 마련하도록 한 것은 관련 기관이 국민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다해야 하는 것을 강조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에서도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0일 ‘2023년 업무보고’ 발표를 통해 금융회사의 내부통제제도를 개선하고 금융회사 임원선임절차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임원책임 명확화를 통해 금융권 내부통제제도를 개선하고 임원선임절차의 투명성 제고 등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이사회를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이사로 구성하고,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 자격요건 신설 등을 통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금융분쟁조정위원회 및 금융회사 제재심의위원회의 독립성·공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위원구성·운영방식 등도 개편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회의별 참석위원 추첨제’, ‘신속상정제도’ 등을 도입한다.
금융당국의 이러한 문제의식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우리은행에서 벌어진 700억원대 횡령 사태와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제도적으로 본질적으론 저희도 내부통제 미(未) 마련과 관련한 의무 부과뿐 아니라 관리 준수 의무도 법상 근거를 둬야 하지 않냐는 의견을 개인적으로 강하게 갖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융사들도 자체적으로도 내부통제 교육에 나섰다. 우리금융그룹은 신입직원과 준법감시담당자를 대상으로 내부통제 교육을 실시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4월 우리은행서 700억원대 횡령 사고가 터지는가 하면 직장내 괴롭힘 의혹이 불거지면서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날 우리금융은 신입직원에게는 내부통제의 중요성은 물론, 내부자 신고제도 및 내부통제 제도 등을 교육했다. 준법감시담당자 대상으로는 준법감시 역할과 업무수행 시 유의사항 등을 강조했다.
손태승 회장은 “이번 직원 교육을 통해 내부통제 방어체계 중 최전선인 실무직원들의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현장 중심으로 내부통제가 철저히 작동되도록 우리금융그룹의 문화를 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손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내부통제 체계 정교화’를 강조했다. 금융당국에서 추진하는 내부통제 개선안들을 선제적으로 수용해 금융사고 예방 업무는 고도화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 3년 차를 맞아 금융 취약계층을 포함해 금융소비자들의 편의와 권익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들도 적극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앞서 우리금융은 2021년에 준법감시담당자 제도를 확대했다. 기존에는 부서에만 준법감시담당자를 배치했는데, 총괄・부문 조직에도 준법감시담당자를 추가 배치해 내부통제를 강화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