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광주신세계 주식 전량을 매각한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주주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소액 주주들은 정 부회장의 주식 처분 과정에서 재산상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신세계 측은 아직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주주들은 훼손된 비례적 이익 보호를 요구하며 주주제안요건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쿠키뉴스가 3일 김남훈 광주신세계 소액주주 권리찾기운동 대표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1년 9월 14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보유하던 광주 신세계 주식 83만주를 신세계에 매각했다. 지분율 52.08%, 매각 대금은 2285억이었다. 매각 당시 광주신세계 종가는 22만8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 부회장이 83만주를 신세계에 매각한 가격은 이날 종가보다 20% 할증된 27만4200원이다. 이 금액이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명목으로 380억이 할증이 된 것이다. 이로 인해 다음날 광주신세계 종가가 19만5000원에 거래가 끝났고 전일 종가 대비 15% 하락했다. 1일 기준 종가는 3만1950원에 마쳤고, 액면 분할 전 가격이면 16만원을 하회하는 가격이다. 블록딜하던 당일 종가에 비해 주가가 30% 넘게 하락한 것이다. 지금 우리는 계속 재산상 손실을 보며 시간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에 ‘오스템 임플란트’의 창업주가 사모펀드(PEF)에 지분을 매각했지 않았냐. 사모펀드가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경영권을 가져오면서 소액주주지분도 창업주가 매각한 가격에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근데 굴지의 대기업 신세계 게열사인 광주신세계는 왜 아직도 해결이 안되는지 저를 포함한 회원 분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지배주주가 변동이 될 경우 해외에서는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있다. 전 대주주가 새 대주주에 지분을 매각하면 매각 가격에 상응해서 소액 주주한테도 매각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만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다보니 이런 문제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현재 사측에 배당금 상향과 사외이사 선임 등의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바라는 구체적인 보상안은 무엇인가.
일단 두 가지다. 현금배당과 사외이사 추천을 했다. 단순히 손해배상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 소액 주주가 제도적 뒷받침이 안됐다 보니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지 못한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없는 상황이지 않냐. 손해배상 요구가 아니라 주주제안이라는 방식으로 대체하고자 했고 사측에 전달을 했다. 오는 3월 정기주총 안건으로 올라갈 예정이다.
2021년 9월 주식 처분 및 취득 과정 당시 주주들 사이에선 어떤 목소리가 흘러나왔나. 정용진 부회장이 어떤 부분을 간과했다고 보는가.
당시 이것저것 항의하자, 피켓시위 하자, 따지자는 의견이 분출이 됐었다. 주식 보유한 사람은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가 있지 않냐. 그날 종가에 비해 20% 할증한 가격에 팔 수 있는 것도 가능한 부분이고 위법한 건 아니다. 사측에선 ‘거래 절차가 위법하지 않았다 정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광주신세계와 신세계에 묻고 싶은 게 주주는 평등한 것 아닌가.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이 보호돼야 하는 게 맞고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향유하지만 소액주주는 그렇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 주주평등의 원칙이 훼손된 것. 그럼 이 거래가 위법하지 않았고 정당했다 할지라도 ‘과연 공정했나’ 라는 질문에 회사에서 어떤 답변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점이 신세계가 간과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매각 이후부터 여러 차례 전화, 면담 등을 통해 주주 이익 보호를 요구해 왔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그간 어떤 노력들을 해왔나.
광주신세계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 네이버 카페가 2021년 10월에 만들어졌다. 회사에 전화도 하고 주주서안도 보내고 여러 활동을 해 왔다. 2021년 12월에 광주신세계, 신세계 등기 임원들한테 주주서안을 보냈다. 여러 가지 재산상 손실을 입었고 주주평등 원칙에 위배된 상황이 아니냐는 게 골자다. 작년 3월에는 정기주총 때 주주가 참석해서 회사 측에 시정 개선을 요구했고, 현재까지 크게 진전된 부분이 없어서 주주제안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카페 회원들이 다 주주다. 본인의 의견을 회사 측에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회사가 변하지 않겠나.
광주신세계 주주 중 한 사람으로서 기업에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는가.
한 가지 에피소드를 나누고 싶은데, 2021년 10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누수 사고가 있었다. 사고 이후 단 4일 만에 해당 점장과 부점장이 교체가 됐다. 고객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여러 이유 등으로 빠르게 대응을 잘 했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블록딜 과정에서 이슈가 발생했고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지 않냐. 소비자나 고객 문제에 관해선 바로 대응을 해주면서 주주에 대한 대응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요구하는 게 부당한 요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 사회에서 ‘공정’을 많이 외치는데 공정의 합리적인 잣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신세계와 광주이사회는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 주주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 주주에게 위임을 받아서 본인들이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대주주를 위한 이사회가 아닌, 소액주주를 위한 이사회도 아닌, 주주를 위한 이사회가 돼야 한다. 한 예로 블록딜에서 전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팔고 나갔는데 소액주주는 재산상 막대한 손실을 봤다. 광주신세계나 지배주주인 신세계에서 왜 방관하고 있는지 의아스럽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 보완이 필수라고 보는데, 주주 보호 장치를 위해 금융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의무공개매수제도가 IMF전에는 우리나라에 있었지만 여러 이유들로 없어졌고 현재까지 시행이 안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한 1차적 책임은 회사 측이 아니라 정부, 감독 당국에 있다. 당연한 제도 하나만 있었으면 이런 일이 생길 수 없다.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연말에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는데 조속히 시행이 돼야 한다. 시행이 돼도 감독당국에서 유예기간을 길게 둔다고 하더라. 시행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소액주주가 피해보는 사례는 훨씬 많아질 수 밖에 없다. 당국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우리나라 주주제안제도 요건이 너무 엄격한 것도 문제다. 현행법 상 상장 회사에 주주제안을 하려고 하면 해당회사 지분을 1% 이상 갖고 있어야 하고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한다. 광주신세계 시가 총액이 2000억원 후반인데 1%이면 20억원이다. 주주제안제도가 황당하다. 적은 금액이 아니다. 주주제안제도는 회사에 요구하고 소통의 장으로 만든 건데 문턱이 너무 높다. 이 부분이 완화가 돼야 한다. 비교를 하자면 작년에 주식 양도세 문제가 이슈가 됐는데, 대주주 요건이 거래소의 경우 1% 이상으로 10억원 넘으면 대주주라고 하지 않냐. 광주신세계는 10억 가지고 주주제안도 못한다. 이해하기 합당한 제도나 안전장치를 마련해줘야 하는데 이런 게 부족하지 않나 싶다.
또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주주제안제도를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 권고적 주주제안제도는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이 아닌 2차적인 요소들, ESG 관련이나 주주들이 회사에 제안을 하고 어떻게 결정되든지 회사가 따를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주주제안제도가 신설이 됐으면 한다. 주주들 중에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분들이 많다. 이걸 회사 측에 전달하면 우리나라 자본 시장이 많이 발전할 것 같다.
해외나 다른 선진 국가에선 주주 관련 법적 제도 등이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나.
국가마다 다른데 의무공개매수제도는 미국의 경우 지배주주가 변경되면 나머지 소수 주주 지분을 전량 공개매수를 해야 한다. 주주가 그 가격에 팔 수 있고 안 팔 수도 있다. 다른 나라들도 미국보단 완화된 룰을 적용하는 걸로 알고 있다.
주주제안요건은 대부분의 나라들이 0.1% 이상이면 주주제안 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만 1% 해당한다. 주주제안의 경우 상장회사면 당연히 자주 있어야 한다. 회사와 소통하고 공감하며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기 위한 소통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
소액주주들이 신세계 경영진에 가장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
지금 주주들의 비례적 이익이 훼손된 상황이다. 공정사회만 외치지 말고 하루 빨리 정상화 됐으면 좋겠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