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예수병원, 도 넘은 간부직원 갑질에도 ‘쉬쉬’

전주예수병원, 도 넘은 간부직원 갑질에도 ‘쉬쉬’

병원 홍보실장, “조직사회는 권력이 깡패야”
부서 직원에 모욕적 언사로 상벌위원회에 고충처리 접수
상벌위 조사 두 달 넘게 미뤄지다 홍보실장 직위 해제 결정
홍보실장, “부하 직원 업무미숙, 홍보물 비교견적 없이 계약 병원에 손해 끼쳐”
신충식 병원장, “별도 조사위 구성해 다음 주 징계 여부 최종 결정”

기사승인 2023-02-07 13:10:36
예수병원노조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 

“조직사회는 권력이 깡패야. 나는 홍보실 일 몰라. 염치가 없으면 짐승이고, 경우 모르고 예의 모르고, 신의 없는 사람들과는 말 안 해.”

“기본적으로 과장이 딱 오면 남자보다 여자들이 과장님 어떻게, 어떻게 하시게요. 식사하시게요. 과장님 차 한잔하시게요. 그게 기본적인거야.”

“쟤가 웃으면서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닐까? (물건 집어던지며) 어머 저 친구가 그렇게. 누구든 저 친구하고 일하면 좋은 사람 못 되요. 모든 부서장들이 저 친구하고 일하면 그 부서장이 좋은 사람 못 되요. 다 흉보고. 그건 저 친구 성향이에요.”

전북 전주예수병원에서 홍보실장 A씨의 도를 넘는 직장 내 갑질에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 직원들이 상급자의 갑질 횡포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 원내 상벌위원회에 고충처리를 접수했는데도 두 달이 넘도록 결정이 미뤄지다 최근에야 내려진 상벌위 결정도 병원장의 최종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 병원조직의 내홍이 안에서부터 곪아터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수병원은 신충식 병원장이 지난해 6월 24일 취임한 후 홍보실장으로 임명한 A씨의 직장 내 갑질로 4개월이 넘도록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모멸감, 불안감에 시달린 부서원 B씨가 공식적으로 고충처리를 접수했고, 이를 확인하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병원 측은 두 달 넘도록 징계를 미루면서, 병원 내에서는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A씨는 지난 2018년 퇴임한 권창영 전 병원장이 발탁한 인사로 예수병원에서는 여성 최초로 과장으로 승진했다. 권 병원장 후임으로 김철승 병원장 재임 시절에는 행정직으로 인사조치, 지난해 6월 신충식 현 병원장 취임과 함께 직속부서인 홍보실 실장으로 임명됐다.

부서원 B씨가 제출한 고충처리 신고서에 따르면, A씨의 갑질은 홍보실장으로 부임 후 얼마 안 된 시점부터 모함, 이간질, 고성, 카카오톡 사찰, 근거 없는 소문 유포, 부서원 차별 등으로 회사 생활을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분명한 업무 분장이 있는데도 B씨를 홍보실 업무에서 모두 배제시켰고, 고유 업무인 박물관 업무 방해도 서슴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B씨가 지난해 8월 사직서를 제출하자 A씨는 곧바로 이를 승인했지만, 윗선에서 반려됐다. 이후부터 A씨는 B씨를 따돌리거나 투명인간 취급으로 극심한 모멸감을 주는 방식으로 대했다. 이같은 사실은 B씨가 제출한 고충처리 신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B씨의 직장 내 갑질 피해 호소에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홍보실장으로 업무 처리 중 B씨가 홍보물 제작과정에서 비교견적 없이 계약을 체결해 병원에 손해를 입힌 부분을 확인, 업무처리 미숙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졌고, 부하직원에 대해 부당한 협박이나 갑질은 없었다”면서, 직장 내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예수병원 전경

이와 관련, 예수병원 측은 지난해 11월 원내 상벌위원회에 접수된 B씨의 고충처리 문제제기에 대해 지난달 31일에야 상벌위원회를 열고 직장 내 갑질 관련 고충호소를 들었다. 병원 측의 소극적인 대처로 차일피일 상벌위 징계가 미뤄지는 사이 견디다 못한 B씨는 지난해 말 결국 병원을 떠나야 했다. 

더욱이 상벌위에서는 B씨가 제기한 직장 내 갑질 피해 호소와 함께 가해자로 지목된 A홍보실장이 행정국장과 대외협력국장을 상대로 제기한 고충처리까지 같이 논의해 조직 내 분란을 일으킨 상급자의 부하 직원에 대한 갑질 의혹 사안을 합의를 종용해 무마하려한다는 의혹을 키웠다.

병원 부원장이 위원장으로 주관한 상벌위에서는 A홍보실장에 대해 부서장 해임과 함께 다른 부서로 발령 결정이 내려졌지만, 신충식 병원장의 최종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직장 내 갑질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B씨는 “15년 가까이 애정을 갖고 몸담았던 병원을 이렇게 떠나야 하는 현실이 너무 비참하다”며 “피해자 보호는커녕 가해자 치부 덮기에만 급급한 병원이 하나마나한 요식적인 결론을 낸다면 노동부 고발 등 할 수 있는 모든 대처를 강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신충식 병원장은 “갑질 가해자로 지목된 홍보실장과 피해를 호소한 직원의 주장이 상충된 부분이 있어, 별도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양측의 주장을 충분히 들어보고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며 “이번 주 캄보디아로 병원 선교활동이 예정돼 있어 해외출장을 마치고 돌아와서 다음 주 중에 징계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
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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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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