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향후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을 비롯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글로벌 공급문제가 더 장기화 된다면 한국의 성장 잠재력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은은 7일 ‘향후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방역조치 지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차질은 주요국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확대시키고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한은은 중기적으로 미·중 갈등, 지정학적 긴장 등에 따른 분절화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호무역 강화, 안보측면에서 기술의 중요성 증대에 더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면서 분절화 움직임이 심화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글로벌 정세 속 한국의 경우 핵심품목 수출이 주로 미국과 중국에 편중돼 있고 주요 원자재 수입의존도도 높기 때문에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앞서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1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공동세미나에서 “중국 공급망 차질 완화에 따른 하방요인과 원자재 수요가 확대 등에 따른 상방요인이 혼재돼 있어 주요국의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중국의 공급차질 완화는 글로벌 물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번 재확산에 따른 차질 정도가 과거 확산기에 비해 작았던 만큼 추가적인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면 중국의 펜트업(이연)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경우 원자재 가격 등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최근 무역·기술 분절화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는 반도체, 배터리의 경우 분절화로 인한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동시에 있지만 다변화, 기술혁신 등을 통해 리스크 현실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김 국장은 “거시적으로 팬데믹 이전과 달리 공급능력 제약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대되면서 물가와 경기 간 트레이드 오프(상충 관계)가 확대될 수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 측면에서는 그간 중국 특수로 인해 지연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한편 다변화 등을 통해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