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 장관의 자진사퇴를 외치던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달라졌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탄핵 반대표를 던지며 강성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안 후보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안 후보는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건 정말로 옳지 않은 일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통과되지도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국가적으로 시간과 귀중한 것들을 낭비하는 민주당 태도를 규탄한다”라며 “더 이상 이 장관의 자진사퇴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향한 견제구도 날렸다. 안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탄핵은 입법 독재를 위해 루비콘 강을 건너겠다는 선포와 같다”면서 “민주당이 추진하겠다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은 이재명 수호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탄핵권을 이 대표의 개인 비리를 옹호하기 위한 정치 쿠데타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라며 “대통령의 인사권은 국정 운영의 핵심이다. 이런 식으로 장관을 잘라내려 들면 여야가 극한의 대치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회를 정상화 시켜라. 민주당이 입법 쿠데타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는 안 후보가 과거 해왔던 발언과 온도 차가 크다. 안 후보는 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이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해왔다. 지난해 11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만류하더라도 스스로 사퇴 표명을 해서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주장했다. 같은 달 8일에는 “이 장관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사태 수습 후 늦지 않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같은 달 2일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윤희근 경찰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후 이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 높였다.
라이벌 김기현 후보는 해당 발언들을 고리로 삼아 공세를 펼쳤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안 후보는 여전히 이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며 “이 장관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때 찬성표와 반대표 중 어느 쪽을 택할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국민의힘 대표가 되겠다고 도전하신 분이 대한민국 법률은 물론 당을 혼란시키는 모호한 입장은 그만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비꼬았다.
안 후보는 부담감을 느낀 듯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자신이 이 장관의 자진사퇴를 거론했던 일에 대해 “제가 사건 초기에 이 장관 사퇴를 요청한 건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 장관으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을 뿐”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후보의 태도 변화가 정치적 유불리 계산에서 비롯했다는 해석이 분분하다. 거대 야당의 탄핵 강행에 대한 반발심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여당 당원들이 결집하거나, 대통령에게 힘을 싣는 선택을 할 여지가 커진 탓이다. 김 후보 측이 퍼붓는 ‘보수 정체성’ 공세를 타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자신이 정치 입문 이후 여러 번 당적을 바꿔 보수 정당 내에서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은 점, 국민의힘 이력이 짧아 당내 기반이 취약한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향한 비판도 제기됐다. 김정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상임자문위원(전 민생당 대표)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안 후보를 겨냥해 “거짓말, 말 바꾸기, 뒤통수 치기. 그게 싫습니다. 과대평가, 불통정치, 최악 공천. 그게 싫습니다”라며 “선거 장사, 정당 파괴, 자기 중심. 그게 싫습니다. 정치 조급증, 습관성 출마, 거듭된 철수. 그게 싫습니다. 왔다갔다, 갈팡질팡, 오락가락. 그게 싫습니다”라고 일갈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