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8 전당대회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쟁쟁한 중진 정치인들을 누르고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면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천 후보가 김기현·안철수 후보의 양강구도를 흔드는 돌발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0일 오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후보 6명 가운데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윤상현·조경태 후보는 컷오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컷오프 결과에서 단연 주목받는 인물은 천 후보다. 전당대회 레이스에 막판 합류한 천 후보는 등판과 동시에 ‘비윤(非尹)계’ 표심 잡기에 주력해왔다. 친윤이 주류인 여당에서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며 유일한 비윤 후보를 자처했다. 친이준석계와 2030세대 청년 당원 사이에서도 존재감을 굳히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으면서다. 유의미한 결과도 얻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순위를 꿰찼고, 이날 컷오프에서 살아남았다. 정치권에서는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의 이탈과 대통령 당무개입 논란 등으로 인해 천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강성 비윤계’와 개혁을 추구하는 청년 표심이 천 후보 쪽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천 후보가 돌풍을 일으킬수록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안철수 후보다. 안 후보는 뚜렷하지 않은 ‘보수 정체성’과 취약한 당내 기반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기현 후보와의 당권 경쟁에서 맞붙을 경우, 열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 비윤 표심 흡수에 힘써 결선투표 역전을 노려야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천 후보 존재감이 커지면서 상황은 나빠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부 비윤·개혁 성향 표심이 천 후보에게 갈 경우, 표심 분산 탓에 당권에서 멀어질 수 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역시 지난 3일 CBS와의 언론 인터뷰에서 “천 후보 돌풍이 일어난다면 그 지지층은 김 후보보다는 안 후보 지지층이 천 후보로 향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천 후보는 안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결선투표가 있는 한 연대할 생각 없다. 더 잘하는 사람이 올라가면 된다”면서도 “안 후보가 나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겠다면 굳이 그걸 말릴 생각은 없지만, 인위적인 연대를 할 생각은 1도 없다”고 일축했다. 천 후보가 독자 출마를 굳히면서, 안 후보로 표 쏠림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천 후보가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경우에도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다. 양강 후보의 구애를 받는 등 당대표 결정의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큰 탓이다. 김·안 후보 중 누구도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하고 결선투표로 이어질 경우, 천 후보의 역할론도 커질 전망이다. 천 후보가 대선 판세를 흔들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한 이유다.
다만 천 후보의 상승세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천 후보의 개인적 인물론이 부각되기보다 이준석 전 대표와 묶여 인식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득표·반감 요소를 모두 가져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 역시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컷오프 결과만으로 천 후보가 정치적 잠재력이 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라며 “본인이 단독으로 따낸 표심이 아닌 유승민 전 의원과 이준석 전 당대표를 향한 표심이 섞여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도 지난 6일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이 전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나서야 하는데, 같이 올라온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천 후보한테 ‘이준석 카드’가 더 화가 됐다. 그래서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막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당에) 들어갔고, 분노한 20·30세대들이 대거 국민의힘에 들어갔지, 이 전 대표 얘기 듣고 (간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컷오프는 지난 8~9일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졌다. 예비경선 결과를 발표할 경우 본경선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고려해 득표율 및 순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본 경선 진출 후보들은 오는 13일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권역별 후보 합동연설회를 한다. 방송 토론회는 4번 진행한다. 본경선은 다음달 8일 치러지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9일 1‧2위 후보 간 양자 토론회와 10~11일 결선투표를 거쳐 12일 최종 결과가 발표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