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IPO 연기…재무부담 늘어날 듯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케이뱅크는 핵심 과제였던 기업공개를 끝내 중단하고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에서 IPO를 위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오는 7일 증권신고서 제출 마감만을 앞두고 있었는데, 마감 기한을 5일 앞두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케이뱅크의 상장 중단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달 6일 해외기관투자자 모집을 위한 ‘해외공모투자설명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에는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약 8조원에 달했지만 경제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4조원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케이뱅크는 IPO 중단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생겨나게 됐다. 먼저 케이뱅크의 최대주주인 비씨카드의 재무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비씨카드는 지난 2021년 재무적투자자(FI) 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합의한 조건으로 상장하지 못하는 경우 매도청구권을 행사하거나 조건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동반매각청구권’을 부여한 바 있다. 행사 규모가 약 7250억원으로 비씨카드 자기자본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오는 2026년 7월이라는 기한이 남았다고 하지만, 케이뱅크의 기업가치가 회복되기 전까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 자기자본비율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케이뱅크의 자기자본비율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14.51%로 지난해 12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12월 18.12%였던 케이뱅크의 국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8.12%였지만, 2022년 3월(17.31%), 2022년 6월(15.86%)로 떨어졌다. 원 계획대로라면 IPO를 통해 자본을 확충할 수 있었겠지만, 상장이 무산됨에 따라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결국 케이뱅크는 시장 상황만 좋으면 언제든 IPO에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내외 시장 상황을 고려해 IPO를 지속 준비, 적기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는 카카오뱅크 주가
케이뱅크보다 먼저 상장을 진행한 카카오뱅크의 경우 공모 이후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카카오뱅크는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성공적인 상장을 진행했지만, 이후 플랫폼 성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제로 10일 기준 카카오뱅크의 주가는 2만6650원으로 전일대비 2.74% 하락했다. 공모 당시 카카오뱅크의 가격인 3만9000원을 여전히 하회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카카오뱅크의 실적은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7.5% 증가한 35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영업수익은 전년보다 50.8% 늘어난 1조6058억원, 당기순이익은 28.9% 증가한 2631억원으로 집계됐다. 모든 부문에서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
실적 갱신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업가치가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 이자이익이 전분기 대비 12.4% 늘었지만 일반관리비 증가폭이 이를 상회했다”며 “추가 충당금 77억원 등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저 영향으로 부동산 대출이 증가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겠지만 이는 현재 주가 밸류에이션에 이미 반영되고도 남는 수준”이라며 “당장에 펀더멘털이 대폭 개선될 기대감이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증권가에서 잘 나오지 않는 ‘매도’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시 수급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시장가치는 원래 가치 이상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투자의견 매도를 유지했다.
결국 카카오뱅크의 주가 회복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 계열 금융지주보다 높은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기 위해선 결국 성장주로서 성장성을 얼마나 입증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