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지나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금융업권의 불안정성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는 서민금융업권에도 악영향을 미쳤는데, 대출문턱이 점차 오르면서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취약층 대출자를 대상으로 한 부당 고금리, 불법 추심, 불법 영업 등 불법사금융에 대한 신고·상담이 12만323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상담 건수는 2020년 12만8538건, 2021년 14만3907건에 비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에도 여전히 신고건수가 10만건을 넘기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온라인 불법 금융 광고에 대한 차단 의뢰 건수가 △2020년 10641건 △2021년 16091건, △지난해 1만7435건으로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는 금융 경험이 거의 없는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대리 입금 등의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청소년에게 고금리로 사채를 빌려주는 불법 ‘대리 입금’ 광고가 올해가 시작된 이후 약 2개월만에 3000건이 넘게 접수됐다. 불법 대리입금 광고는 2019년 1211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는 8월 말까지 3082건에 달할 정도로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불법사금융의 신고 건수가 줄지 않는 것은 서민금융업계가 대출문턱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가 크게 변동함에 따라 금융업권의 자산안전성도 요동치면서 서민금융에서도 부실징후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햇살론15’, ‘햇살론17’의 대위변제율은 16.3%로 2021년 1월(6.1%) 대비 약 2.7배나 높아졌다. 대위변제율은 대출받은 신용자가 원금 상환에 실패했을 때 서금원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2021년 1월 햇살론의 대위변제 건수는 약 2000건, 금액은 138억원 규모에 그쳤지만 지난해 11월에는 약 4000건, 241억원으로 급증했다. 신용점수별로 살펴보면 600점대 이하 저신용자보다 700점 이상의 중신용자 구간에서 대위변제가 더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용점수 801∼900점 구간의 경우 2021년 1월 1.1%에 불과했던 대위변제율은 지난해 11월 약 14배인 15.2%로 급증했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나마 유지되고 있던 햇살론 취급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상승에 조달금리도 급등하면서 금융사들이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라는 것.
또한 시중은행에서 제공하고 있는 서민금융상품인 ‘새희망홀씨’도 취급규모가 감소했다. 새희망홀씨 대출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공급액이 2조1800억원으로 2021년 공급액인 3조1700억원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문턱이 올라가면서 갈 곳이 없어진 취약차주들은 불법사금융의 늪으로 빠지게 된다. 한국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사법기관과 피해자로부터 의뢰받은 불법 사채 거래 내역 총 6712건을 분석한 결과 연 환산 평균 금리가 연 414%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이 중 피해자가 직접 의뢰한 625건의 평균 대출 금리는 연 506%라는 무시무시한 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에서는 급전 통로가 막힌 저신용자들을 위해 ‘긴급 생계비 대출 프로그램’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당국이 마련한 예산은 총 1000억원으로, 1인당 100만원을 빌린다고 했을 때 10만명이 이용할 수 있다. 대출은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진행하며 오는 3월 경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긴급 생계비 대출로 인해 단기간 자금공급이 가능하겠지만 일회성 예산으로 편성된 만큼 장기적으로는 중금리대출을 비롯한 서민금융상품들의 조달금리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