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히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 우려된다.”
결국 대한민국 대통령이 전당대회 논란의 한복판에 소환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쏘아올린 이른바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김 후보는 13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당대표 후보를 겨냥해 “당 대표가 되겠다는 분들이 없는 말을 하고 왜곡·곡해하면서 당내에서 흠집 내는 모습을 자제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안 후보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패배가 겁난다고 여당 당 대표 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하는 게 말이 되나”라고 김 후보를 비판한 바 있다.
김 후보는 “현재와 새로운 권력이 당내에서 충돌했을 때 당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당내 분란이 생겨 당이 쪼개지고, 탄핵이라는 과거가 반복되면 안 된다고 한 것을 마치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우려된다고 곡해한다”며 “불필요한 내부 분란을 덜 일으키는 쪽으로 선거전략을 하면 더 보기 좋지 않을까 싶다”라고 지적했다. 탄핵 언급은 과거의 사례를 말한 것이며, 윤석열 대통령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당권주자인 황교안 후보도 우회적으로 김 후보를 두둔했다. 황 후보는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김 후보의 탄핵 발언과 관련해 “(김 후보의 발언은) 안 후보의 가치관이 분명치 않다 이런 뜻일 것”이라며 “안 후보가 우리 당에 들어온 지가 얼마 안 되지 않았냐. 그동안 민주당에 있었고 여러 정당을 만들었는데 만든 정당마다 다 깨졌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큰 지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안 의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친윤(친 윤석열)계 핵심인사로 꼽히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엄호 태세에 나섰다. 장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당정이 하나가 되지 못하고 계속 충돌됐을 때 정권에 얼마나 큰 부담이 있었느냐”라며 “그건 우리 정당 역사가 증명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정이 분리돼 계속 충돌했을 때 정권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되고 정권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를 강조한 발언”이라며 “정당 정치의 책임 정치가 무엇인지 논쟁으로 성화했으면 좋겠다”고 김 후보를 옹호했다.
반면 김 후보의 발언이 금도를 넘어섰다는 성토도 쏟아졌다.
김 후보와 날선 설전을 연일 주고받은 안철수 후보는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이날 제주 4·3평화공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가) 대통령 탄핵 발언을 하면서 당을 분열의 늪으로 몰아넣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안 후보는 “(김 후보가) ‘연포탕’이라며 연대, 포용, 탕평, 이런 것들을 강조하고 것과는 배치된다”면서 “한 사람이 입에서 이렇게 모순되는 두 가지 발언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국민이 오해할 수도 있는 탄핵 발언에 대해서 김 후보가 사과해야 한다”고 거듭 목소리 높였다.
천하람 후보 역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권력의 추가 급격하게 당대표에게 기울어질 가능성도 적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원들이 공감하기도 어려운 대통령 탄핵을 얘기하는 건 결국 나를 안 찍으면 당과 대통령이 어지러워진다고 하는 얕은수의 협박이다. 당원들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 보는 처사”라고 비꼬았다.
천 후보는 전날에도 “여당 전당대회에 대통령 탈당이나 탄핵 등 결코 등장해서는 안 되는 얘기가 나온다”며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고 본인 지지율이 조급해도 정치에는 금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통령실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천 후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는 제주 4·3 희생자유족회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 야당이었기 때문에 탄핵을 주장했던 안철수 후보나 그 당시 정치에 입문하지 않았던 천하람 후보보다 여당 소속이면서 남들보다 앞서서 탄핵을 언급하고 나섰던 김기현 후보가 가장 위험한 후보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대통령실은 다른 후보에 가한 일침처럼 김 후보 측에도 재발 방지에 대한 강한 요구를 전달해야할 것”이라며 “김 후보 측은 신평 변호사 발언부터 지속되는 당원에 대한 협박이 어떤 경위에서 지속되는지 소상히 설명하라”고 꼬집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