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편든 SM 사내 변호사, 직원들은 “하이브보단 카카오”

이수만 편든 SM 사내 변호사, 직원들은 “하이브보단 카카오”

기사승인 2023-02-13 19:55:22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SM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싼 내분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SM 직원들은 ‘하이브보다 카카오가 낫다’는 쪽에 몰린 반면, 조병규 사내 변호사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옹호하는 메일을 임직원에게 돌렸다.

13일 가요계에 따르면 조 변호사는 이날 SM 직원 전체에게 보낸 메일에서 “적대적 M&A(기업 매수·합병)을 시도하는 쪽은 카카오”라며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가 지난 3일 발표한 SM 3.0 비전을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이창환 대표의 문화산업에 대한 무지와 선생님(이 전 총괄)의 자리를 자신이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이성수 대표의 욕망을 합쳐서 주주들에게 헛된 희망을 주는 발표를 한 것”이라고 맹공격했다.

그는 “작년 주주총회 직후 이성수 대표는 ‘선생님 지분을 처분하는 데 반대한다. 특히 카카오가 선생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은 더더욱 반대한다’고 내게 분명 말했다”면서 이 대표가 마음을 바꾼 배경을 두고 “올해 3월27일 만료되는 자신의 연임 문제, 자신이 얻을 경제·사회적 이득에 대한 계산이 달라졌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짚었다.

현 SM 경영진과 연합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에도 맹공을 퍼부었다. 얼라인이 주주 가치 실현이 아닌 SM 내 영향력 확장을 위해 이 전 총괄에게 반기를 들었다는 주장이다. 조 변호사는 “얼라인은 하이브의 12만원 공개매수는 낮은 가격이라 반대하면서 카카오가 9만원에 신주와 전환사채를 발행받는 것은 찬성한다”며 “이는 경영권을 취득하고 행사해서 자신의 가치를 올려 다시 파는 경영권 펀드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수(왼쪽), 탁영준 SM 공동 대표 이사. SM엔터테인먼트

조 변호사는 또한 이 전 총괄이 △ 지배구조 개선 △ 라이크 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종료 △ 계약 종료 후 로열티 포기 혹은 환원 △ 내부거래 개선 등 얼라인 측 요구사항 대부분을 수용하겠다고 두 공동대표에게 밝혔으나, 두 사람이 연락을 끊고 ‘얼라인 요구 전면 수용’ 입장을 냈다고도 주장했다. 경영진이 수용한 요구 사항 가운데는 이 전 총괄이 반대했다고 알려진 얼라인 측 인사의 SM 이사진 임명도 포함됐다.

조 변호사는 “두 공동대표는 위험을 과장하고, 자신들의 과오는 부정하면서, 얼라인과 신임 감사의 입장을 내세워 선생님과 구성원들을 겁박해 온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HR 지원실로부터 오는 3월1일 이후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통보와 자택에서 대기하라는 업무명령을 받았다. 남은 계약 기간 필요한 소임을 다하겠다. 임직원 누구라도 상담을 요청하면 최선을 다해 조언하겠다”고 말했다.

SM 내부 인사가 이 전 총괄을 공개 지지하고 현 경영진을 압박한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SM에서 17년간 몸담은 가수 겸 배우 김민종과 가수 보아·동방신기·소녀시대·엑소 등의 음악을 만든 유영진 프로듀서는 ‘두 대표이사가 이 전 총괄과 아무 상의 없이 SM 3.0 비전을 발표했다’며 반기를 들었다.

반면 직원들은 현 경영진에 우호적인 모습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SM 게시판에서 이날 오후 기준 직원 213명 중 과반 이상인 181명이 이번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이성수·탁영준+카카오’를 응원한다고 답했다. 이 전 총괄과 하이브를 지지하는 직원은 33명에 그쳤다.

이밖에도 직원들은 게시글과 댓글로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우리 아티스트들 1등 만들어도 그냥 실적 좋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되는 것이다. 모든 전통과 역사를 부정당하는 기분” “SM 자부심이 한순간 무너진 느낌” “마지막 남은 자부심마저 선생님(이 전 총괄)이 날려 버렸다”고 호소했다.

SM 경영권 분쟁은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하이브는 주주제안을 통한 경영진 후보 인선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선 SM 새 이사진 후보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산하 레이블 어도어를 이끄는 민희진 대표가 거론되고 있으나, 하이브 측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최종 명단을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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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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