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흥행 여부에 국내 게임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신작에서 호성적을 거둔 넥슨과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은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둔 반면에 신작 성과가 기대치를 밑돈 넷마블은 적자 전환을, 신작이 오래토록 부재한 펄어비스 등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들은 올해 신작 출시 로드맵을 공개하며 성장 동력을 키우거나,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의지다.
넥슨은 지난해 연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일본 증시에 상장된 넥슨은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액 3537억엔(3조3946억원), 영업이익은 1037억엔(995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9%, 13% 증가했다. 특히 매출액은 지난 2020년에 달성한 최고 기록(약 3조1306억원)을 뛰어넘으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3월과 8월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HIT2’가 흥행에 성공하고 ‘메이플스토리’, ‘피파 온라인4’, ‘던전앤파이터’ 등 대표 라이브 서비스 타이틀이 견조한 실적을 올린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HIT2의 활약으로 모바일 매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던전앤파이터가 중국 내 매출 반등에도 성공하며 전체 PC 온라인 매출도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기존 라이브 게임과 신작 게임이 선전하며 창사 이래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연결기준 지난해 연간 매출액 1조1477억원, 영업이익 1777억원, 당기순손실 16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약 13%, 59% 증가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과 같은 기존 라이브 게임과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등 신작 게임의 견고한 실적이 더해져 안정적인 성과를 이어나갔고, 비게임부문의 기타 매출 성장이 더해져 창사 이래 최대 매출 및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는 아시아와 북미·유럽에서의 매출이 증가하며 매출 신기록을 달성했다. 2021년 11월 출시한 ‘리니지W’의 성과가 온전히 반영된 것이 주효 원인으로 언급됐다.
엔씨소프트는 연결기준 지난해 매출 2조5718억원, 영업이익 559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1%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영업이익은 49% 증가했다.
연간 매출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한국 1조6246억원, 아시아 6252억원, 북미·유럽 1650억원이다. 아시아와 북미·유럽 매출을 전년 대비 각각 40%, 44% 증가했다. 로열티 매출은 15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9% 증가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리니지W는 누적 매출 1조3284억원을 기록했다. 모바일 게임은 전년 대비 20% 성장하게 됐으며, 역대 최고 매출 달성에도 성공했다. PC온라인 게임 ‘길드워2’도 신규 확장팩 출시 효과로 매출이 전년 대비 29% 성장했다.
반면 넷마블과 펄어비스는 적자 전환했다. 각각 기대작의 흥행 실패와 신작 부재가 주요 원인으로 분석됐다.
넷마블은 연결기준 지난해 영업손실 1044억원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넷마블을 매출 2조6734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1분기에 10년 만에 분기 적자를 기록한 후 네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결국 영업손실액은 1044억원에 달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해는 신작 출시 지연 및 출시작 흥행 부진으로 미흡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기대작이었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은 흥행에 실패하며 매출 기여도는 3%가 채 되지 않았다.
펄어비스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다. 신작 부재와 기존 게임의 하향 안정화 문제가 겹쳐진 까닭이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3860억원, 영업이익 1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4.4%, 영업이익은 61.4% 감소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검은사막’ 지식재산권(IP)과 ‘이브’의 지속적인 콘텐츠 업데이트 등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진행했다. 그러나 검은사막의 수익은 71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 감소했으며, 이브의 영업수익은 176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9.4% 감소했다.
앞서 펄어비스는 2019년과 2020년 기대작인 ‘붉은사막’와 관련된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2021년 콘텐츠 개발과 게임 품질을 높인다는 이유로 출시 연기를 발표한 바 있다.
데브시스터즈도 신작 부재와 기존 게임 하향 안정화 문제를 피하지 못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 214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41.9% 감소한 수치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도 각각 202억원, 10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사측은 기존 라이브 게임들의 서비스 지속으로 지표가 하향 안정화되며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쿠키런:킹덤’이 흥행하며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해외 매출 성과가 부진하고 인력 증가 등 고정 지출이 늘어나며 지난해 2분기부터는 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한편 게임사들은 올해 자체 IP를 기반으로 한 다수의 신작 출시를 예고했다.
넥슨은 올해에도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선보인다.
오는 3월 9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으로 ‘프라시아 전기’, ‘퍼스트 디센던트’, ‘마비노기 모바일’, ‘워헤이븐’ 등의 신작이 올해 공개된다.
아울러 신작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넥슨은 자회사인 넥슨게임즈를 통해 올해 300여 명의 대규모 채용을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해당 인원들은 클라이언트와 서버 프로그래밍, 게임아트, 게임기획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상반기에 PC와 모바일 게임 시작에 집중해 새로운 신작들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다가오는 3월에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를 출시한다. 원작 ‘아키에이지’ IP를 기반으로 전쟁 관련 콘텐츠에 특화된 게임이다. 2분기 중에는 MMORPG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가 출시될 예정이다. 중세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횡스크롤 액션 RPG ‘가디스 오더’도 연내 출시된다.
신작 출시와 함께 기존 작품들은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병행된다. 지난 1월 출시돼 글로벌 다운로드 수 100만을 넘어선 ‘에버소울’은 일본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엔씨소프트도 다수의 신작을 예고했다.
엔씨소프트는 차세대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를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 이밖에도 모바일 대작 ‘프로젝드G', 난투형 대전 액션 ’프로젝트 R', 수집형 RPGS ‘BSS’ 등 다양한 장르의 신규 IP를 연내 순차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넷마블은 올해 2분기를 시작으로 총 9종의 게임을 출시하며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린다.
넷마블은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과 액션 배틀 게임 ‘하이프스쿼드’를 얼리 액세스 이후 연내 정식 출시할 것을 예고했다. 아울러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 ‘그랜드크로스 W’, ‘신의탑: 새로운 세계’를 상반기 중에, ‘아스달 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어라이즈’, ‘원탁의 기사’, ‘세븐나이츠 핑거(가제)’ 등은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펄어비스는 차기 야심작인 ‘붉은사막’으로 반등을 노리고 있다. 다만 올해 출시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는 14일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붉은사막은) 하반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과 테스트를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 출시 지연과 관련된 우려에 대해서는 “펄어비스는 다작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니다. 한 제품을 오랫동안 서비스하고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올해 다수의 신작 출시와 쿠키런 IP 확장을 통한 반등을 목표한다.
오는 28일 스팀 얼리엑세스에 출시 예정인 ‘데드사이드클럽’을 필두로, ‘브릭시티’와 ‘쿠키런:오븐스매시’등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나아가 쿠키런 가상현실(VR) 어드벤처 게임 ‘프로젝트 Q'를 비롯해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라이선싱 상품 및 디자인 개발 등 쿠키런 IP의 다각화도 추진한다.
성기훈 기자 mish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