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시 상승세를 기록했다. 문제는 기존 전망치보다 증가폭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달 증가폭이 둔화되면서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도 멈출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지만, 물가의 상승에 따라 요원한 일이 될 전망이다.
14일(현지시각) 미국 노동부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4%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소폭 상승이지만, 지난해 12월(6.5%)과 비교하면 0.1%p 줄어드는 데 그쳤다.
특히 이번 CPI는 다우존스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각각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6.2%)보다도 물가 상승세가 높았으며, 전월 대비 상승률(0.5%)도 시장 전망치(0.4%)를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5.6%, 전월보다 0.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문제는 주거비용으로 지목됐다. 1월 주거비용은 전월보다 0.7% 올라 전체 CPI 상승분(전월 대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고, 전년 동월보다는 7.9% 상승해 근원 CPI 상승분(전년 대비)의 6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다음 달 21~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이렇게 되면 기준금리는 연 4.5~4.75%에서 연 4.75~5.0%로 올라간다.
한국투자증권 최제민 연구원은 “이번 물가로 인해 디스인플레이션 기조가 훼손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타이트한 고용시장과 맞물려 긴축 경계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기존에는 3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동결을 예상했지만, 5월까지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고 본다”며 “이에 따라 미국의 최종금리는 5.0%에서 5.25%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국 물가 둔화세는 지속되고 있지만 주거비 물가 상승 압력에 둔화 기울기가 완만하게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거비를 중심으로 서비스 물가 상승 압력이 소비자물가의 둔화 속도를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물가의 둔화 흐름은 지난 해 높았던 기저효과 및 공급망 차질 우려 완화 등을 고려할 때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