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차기 지도부 입성을 노리는 친이준석계 4인방을 일컫는 말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천아용인’ 후보 전원은 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했다. 이들의 약진에는 이 전 대표 역할이 지대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전 대표는 친이준석계 후보 전원이 본선에 진출한 결과에 대해 “이제 오늘부터 꿈은 이루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당대표직 상실 이후 잠행하던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SNS 활동과 방송 출연 빈도를 높이며 친이준석계 후보들의 ‘빅스피커’로 나섰다. 동시에 친윤계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비윤’을 자처했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갈 곳 잃은 비윤 당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비윤 세력을 중심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굳히며, 정치적 재기를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그림자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후보들이 개인적 인물론을 부각하지 못한 채,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아바타’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대표가 성상납 논란 등 득표·반감 요소를 모두 가져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천하람 후보가 밝힌 정책 구상이 이 전 대표의 전략과 유사하다는 시선도 있다. 천 후보는 지난 7일 전당대회 후보 비전 발표회에서 “국민의힘 개혁과 총선 승리를 위한 비책 두 가지”라며 두 개의 ‘비책 족자’를 내놨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도입됐던 ‘공천 자격 고사(PPAT)’를 정비한 뒤 의무화하겠다는 약속과 당헌에 대통령의 공천 불개입을 명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쟁자들은 이를 고리 삼아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기현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상상 속에서 온갖 공상을 다 펼치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후보로 나오지 뒤에 숨어서 이렇게 조종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업고 다니고 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아바타들 내놓고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정 하고 싶으면 내가 후보라고 나서서 하지, 뒤에서 그렇게 궁시렁궁시렁 한다”며 “정치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나서야지 아바타 내세워놓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천 후보는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차별화된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표와의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정치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단기필마’식 정치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것과 달리, 자신은 연대를 통한 지지세력 확대에 힘쓰겠다는 주장이다.
천 후보는 지난 10일에도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를 누군가가 따라하거나 대체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이 전 대표를 능가해서 정치적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친이준석계 4인방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컷오프 이후 결과는 단언하기 힘들다. 이 전 대표 당시 입당한 당원들이 아직도 이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전당대회 후보는 지지층 외연 확대가 필수 과제다. (친이준석계 4인방에게) 이 전 대표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지 고민해 봐야 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