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아용인, 이준석 그림자 벗어날까… 관건은 ‘차별화·외연 확대’

천아용인, 이준석 그림자 벗어날까… 관건은 ‘차별화·외연 확대’

이준석 전폭 지원 속 4인방 모두 전당대회 본선행
경쟁주자 김기현 “李, 후보 업고 다녀”…천하람 “李 능가할 것”

기사승인 2023-02-17 06:00:11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공동취재사진.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차기 지도부 입성을 노리는 친이준석계 4인방을 일컫는 말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천아용인’ 후보 전원은 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을 통과했다. 이들의 약진에는 이 전 대표 역할이 지대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 전 대표는 친이준석계 후보 전원이 본선에 진출한 결과에 대해 “이제 오늘부터 꿈은 이루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당대표직 상실 이후 잠행하던 이 전 대표는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했다. SNS 활동과 방송 출연 빈도를 높이며 친이준석계 후보들의 ‘빅스피커’로 나섰다. 동시에 친윤계 인사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비윤’을 자처했다. 나경원·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갈 곳 잃은 비윤 당심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비윤 세력을 중심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굳히며, 정치적 재기를 위한 포석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그림자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후보들이 개인적 인물론을 부각하지 못한 채,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아바타’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대표가 성상납 논란 등 득표·반감 요소를 모두 가져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천하람 후보가 밝힌 정책 구상이 이 전 대표의 전략과 유사하다는 시선도 있다. 천 후보는 지난 7일 전당대회 후보 비전 발표회에서 “국민의힘 개혁과 총선 승리를 위한 비책 두 가지”라며 두 개의 ‘비책 족자’를 내놨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도입됐던 ‘공천 자격 고사(PPAT)’를 정비한 뒤 의무화하겠다는 약속과 당헌에 대통령의 공천 불개입을 명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쟁자들은 이를 고리 삼아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기현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상상 속에서 온갖 공상을 다 펼치는 것 같은데 그러지 말고 후보로 나오지 뒤에 숨어서 이렇게 조종하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들을 업고 다니고 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 아바타들 내놓고 뭘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정 하고 싶으면 내가 후보라고 나서서 하지, 뒤에서 그렇게 궁시렁궁시렁 한다”며 “정치하고 싶으면 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나서야지 아바타 내세워놓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천 후보는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차별화된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표와의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정치 스타일은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단기필마’식 정치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것과 달리, 자신은 연대를 통한 지지세력 확대에 힘쓰겠다는 주장이다.

천 후보는 지난 10일에도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를 누군가가 따라하거나 대체한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이 전 대표를 능가해서 정치적으로 성공하고 싶다”고 반박했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친이준석계 4인방이 열심히 뛰고 있지만, 컷오프 이후 결과는 단언하기 힘들다. 이 전 대표 당시 입당한 당원들이 아직도 이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번 전당대회 후보는 지지층 외연 확대가 필수 과제다. (친이준석계 4인방에게) 이 전 대표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지 고민해 봐야 되는 시기”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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