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는 지난해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매출 3조2320억 원, 영업이익 49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1.9%, 42.9% 증가했다. 특히 매출이 3조 원을 돌파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은 매출 2조4869억 원, 영업이익 501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6.4%, 38.5% 늘어난 수치다. 현대백화점도 매출 2조2896억 원, 영업이익 3788억 원으로 각각 8.9%, 24.3% 신장했다.
다만 올해는 소비심리 악화로 지난해와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백화점에 집중됐던 보복 소비가 해외로 분산되고 물가 상승으로 가처분 소득이 줄어 내구재 소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간 백화점들은 코로나19에 따른 보복소비로 명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지난 2년간 좋은 실적을 이어왔으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올해 전망도 보수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2023년 1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백화점 전망치는 71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 조사 결과(94)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최근 자산가치 하락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고소득 이용객의 소비 심리가 위축된 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봤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대한상의는 “이전 분기까지만 해도 전반적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보복소비와 엔데믹 효과로 백화점은 타업종 대비 높은 경기 기대감을 보였다”며 “하지만 자산가치 하락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고소득 이용객이 많은 백화점도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심리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0, 11,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각각 88.8, 86.5, 89.9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106.8, 107.6, 103.9) 대비 낮아졌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백화점의 성장세가 주춤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추정치를 고려했을 때 올해 실적 성장세를 보면 전망은 당연히 좋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지난해 너무 많이 성장한 데 따른 기저 효과도 있고 디테일하게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4분기 이후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거나 역신장하는 건 아닐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면서 “객단가 상승과 외국인 관광객 매출 등 효과로 전년 대비 로우싱글(한 자릿 수) 수준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오프닝 이후 대면 모임이 늘어나고 백화점 패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매출 신장이 이뤄진 부분이 크다”면서 “이제 단순히 상품만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체험 소비의 공간으로 백화점이 탈바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불황의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하고 성장세는 둔화되겠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나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백화점 업계는 올해 해외·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