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상모동 생가로부터 1.5㎞ 떨어진 사곡역을 ‘박정희 생가역’으로 개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찬반이 팽팽하게 갈렸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와 가까운) 진영역이 ‘노무현 생가역’이 되지 않은 것처럼 사곡역이 박정희 생가역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정말 박 전 대통령을 예우하는 사람이라면, KTX 정차역도 아닌 전철역에 이런 이름을 붙이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또한 역 이름에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인다고 관광수요나 방문객이 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며 “이미 청도새마을휴게소에 관광객이 오지 않는 것과 비슷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반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생가와 가까운 진영역을 예시로 들며 반대 입장을 표한 것을 거론하며 “이는 ‘둘 다 하면 안 된다’가 아니라, 둘 다 하는 방향으로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윤 의원은 “미국 최대의 국제공항인 뉴욕 JFK국제공항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왔고, 유럽대륙 최대의 관문으로 통하는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도 마찬가지”라며 “이처럼 우리나라도 국민적 합의만 이루어진다면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역명이나 공항명으로 남기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물론 인간은 누구에게나 공과 과가 동시에 존재한다”며 “그러나 과거의 인물을 역사의 균형추 위에서 바라봤을 때 과보다 공이 훨씬 많다면, 야박한 평가보다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안 되는 쪽보다는 되는 쪽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구미시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8일까지 사곡역 명칭 변경을 위한 시민 의견수렴을 통해 ‘박정희생가역’과 ‘박정희역’, ‘정수역’, ‘새마을역’ 등의 의견을 접수했다. 시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고, 박 전 대통령 생가 일대를 관광 명소로 조성하는 기념사업을 추진 중이다.
시는 이달 중으로 지명위원회 심의를 진행해 역명을 정하고 대구권광역철도사업 및 사곡역 역사 신축이 완료되는 2024년 말 이전에 역명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박정희생가역 명칭이 국토교통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사곡역(박정희생가역)’으로 괄호 안에 병기하는 방안을 역명부기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