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산업의 자회사 AJP의 노동자들이 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되자 고용불안을 호소하며 거리로 나섰다. 마트 파견 노동자들은 사측을 향해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달라고 당부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노조 AJP지회는 20일 오전 홍대 애경타워 앞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투쟁 집회를 열었다.
AJP지회는 노조 활동 보장, 고용안정대책 등을 골자로 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수차례에 걸쳐 사측과 교섭을 진행해 왔다. 노조는 최소 1년 단위의 계약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에선 현장 사원들의 근로계약을 3개월 단위로 진행하고 있다. 계약 기간 또한 회사 사정에 따라 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노조 활동 보장 등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16차례에 걸쳐 AJP사측과 교섭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양희 마트노조 AJP지회장은 대회사에서 “지난 2월 7일을 마지막으로 16차례 교섭을 진행하면서 회사의 일방적인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며 “사측과의 교섭은 결렬됐고 이제 투쟁으로 우리의 일자리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김성익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AJP지회를 설립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3개월 단위로 계약서를 쓰고 있다. 출근일수와 시간도 제대로 보장돼 있지 않고 들쭉날쭉하다. 그야말로 파리목숨”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동안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주면 주는 대로 살아 왔는데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우리 현장, 우리 삶에서 할 말하고 사는 노동자가 되자고 노조를 선택했고 지난 1년 간 투쟁해 왔다”며 “우리가 원하는 고용 안정, 처우 개선을 시켜서 더 큰 노조로 발전해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서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원들의 발언도 쏟아졌다. 이들은 사측이 근무일수를 임의로 조정하고 단축했으며 이로 인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마트에서 애경제품을 판매한다는 사원 A씨는 “현재 2개 매장을 오가며 근무를 하고 있다. 작년에 갑자기 일수가 10일로 축소됐다고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10일만 근무해선 급여가 100만원이 채 안 된다. 그나마 저는 2곳에서 근무하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동료들은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 퇴사를 하게 됐다. 하루하루 출근하는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고 호소했다.
롯데아울렛에서 덴비 제품을 판매하는 사원 B씨는 지난해 1년으로 근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올해 폐점 예정이라는 회사 통보로 단기 계약을 해야 한다고 전달 받았다. B씨는 “애경 자회사로 관리업체가 바뀐지 1년 만에 벌어진 일”이라며 “폐점 통보를 받고 언제 나가야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마음을 졸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AJP 관계자는 “전체 도급 계약에 따라 운영하는 부분이 모두 3개월은 아니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영업이 축소가 되고 사업 특성 상 매출에 따라 인력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설명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AJP가 자회사이긴 하나 독립법인이기 때문에 경영활동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노조 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파견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애경산업을 비롯해 앞서 쿠팡도 높은 퇴사율과 쪼개기 계약으로 논란이 된 바 있다.
쿠팡풀필먼트는 3개월·9개월·1년짜리 쪼개기 계약을 맺고 2년을 채운 노동자 중 일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이사는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상시채용을 원칙으로 계약직 갱신율이 85%가 넘도록 운용하고 있다”며 “현실 노동환경에서는 원하는 양·시간만큼 근무하고 싶은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