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기 우리 전통음악계에 큰 획을 그었던 ‘김종기류 가야금산조’가 특유의 주법과 가락으로 대전만이 지닌 독특한 소리란 주장이 제기되 주목을 끌고 있다.
가야금산조는 진양조·자진모리·휘모리 등 장단 중 산조에 따라 3~6개의 장단구성에 의한 악장으로 구분되며, 19세기 말 박한용이 창시하고 김창조에 의해 정형화 됐다고 전해진다. 연주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붙여 ‘~류’로 불린다.
이 가운데 김종기류 가야금산조는 유일하게 대전지역에서 김종기-정금례-김진애로 이어지며 전승되고 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혜진 목원대 교수(문화재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는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전지역은 그동안 김종기류 가야금 산조 전승의 중요한 터전이 되었다”면서 “현재 다른 지역에서는 들을 수 없는 매우 귀한 산조로, 전승이 끊어지지 않도록 대전시와 지역민의 노력과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한 때 전승이 끊어진 것으로 알았지만 대전에 은거하던 정금례 명인이 노년에 다시 활동을 재개하고 제자를 기르며 기적적으로 회생하게 되었다”며 대전에서 그 맥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6일 대전전통나래관에서 열린 학술발표에서는 김종기 명인이 음악적 천재였음과 그가 우리의 전통음악 역사에 끼친 영향력 등을 조명했다. 학술자료 발표에 앞서 김진애 전수자가 나서 실연을 하기도 했다.
이진원 한예종 전통예술원 교수는 ‘일제강점기 전통음악 명인 김종기 재조명’을 통해 김종기(1903?~1935)명인이 남긴 여러 자료를 발굴하고, 그가 가야금은 물론 국악 분야에 다양한 영향을 끼친 천재적 음악가였음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김종기 명인이 1928-1935년 동안 녹음한 유성기 음반만도 130여 면에 달했음이 밝혀졌다며 그동안 묻혀있던 사진도 공개했다.
이어 임혜정 한양대 국악과 교수는 김종기 명인이 만든 가야금산조는 즉흥성이 중심이던 고제의 독주 형식을 뛰어넘어 가야금산조의 구조와 형식을 선구적으로 갖추었음을 밝히고, 근대 이후 주류를 이룬 김창조 계열과 다른 독자성을 가지고 있음을 논증했다.
이용식 전남대 국악과 교수 역시 20세기 전반 형성된 산조의 계통 중 김종기가 이룬 업적을 조망하고, 김종기 명인이 가야금은 물론 거문고, 해금, 단소, 퉁소, 장구 등 뛰어난 음악역량과 교유관계를 통해 음악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