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금리인상 기조의 끝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통위원들도 기준금리를 3.75%p(포인트)까지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난 것으로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로 수렴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이르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기준금리 동결과 관련해 “지난해는 이례적으로 물가가 급등해 매회 인상했지만 이전에는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시간을 두고 추가 인상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서 “오늘 결정은 이러한 과거의 일반적 방식으로 돌아간 것으로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금리 전망과 관련해선 “금통위원 1명이 3.50% 현 금리 유지를 밝혔고, 5명이 당분간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동결과 함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6%에서 3.5%로 소폭 하향 조정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2.5%에서 2.6%로 상향 제시했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연중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책여건 불확실성도 높아 기준금리 현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중 5% 내외를 나타내다가 3월에는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상당폭 낮아질 것”이라며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연말에는 3%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낮췄다. 앞서 지난해 11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기한 한은은 이날 전망치를 1.6%로 조정했다. 이는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놓은 전망치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한국개발연구원(KDI) 1.8%, 신용평가회사 피치 1.9% ,한국금융연구원 1.7% 등 대부분 기관이 한은 보다 높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한은 보다 낮은 전망치는 아시아개발은행(ADB) 1.5%과 한국경제연구원 1.5%에 불과하다.
한은이 1.6%를 제시한 배경은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이 둔화되고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 회복세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한 영향이다. 관세청이 집계한 2월 1~20일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은 335억49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21억6000만 달러로 14.9% 감소했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43.9% 급감했다.
한은은 올해 국내경제가 글로벌 경기둔화, 금리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반기중 부진한 성장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 이후에는 중국 및 IT 경기 회복 등으로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은 높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