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다수 의석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관리법(양곡법) 개정안이 여야 대치 정국의 또 다른 뇌관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27일 본회의 처리 방침을 밝힌 반면, 국민의힘은 양곡법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하고 있다.
앞서 김 의장은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하자, 여야 합의를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쌀 매입 의무화 기준을 초과 생산 3% 이상에서 3~5%로, 쌀값 하락 5% 이상에서 5~8%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벼 재배 면적이 늘어 생산량이 증가하는 경우는 의무 개입에 예외로 둔다.
국민의힘은 쌀 의무 매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 내 처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20년간 경작 면적, 생산량, 가격 변동 등을 모두 갖고 전문가 의견을 들어서 논의하자는 것이 여당 입장”이라며 “올해 쌀 매입 여부는 11월이 넘어야 결정되는데 2월에 억지로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의무적으로 국가가 재정을 투입해 의무적으로 (쌀을) 매입하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감소 추세다. 지난달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7kg으로 지난해 대비 0.4%(0.2kg)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1인당 쌀 소비량 67.2kg과 비교하면 10년 새 10.5kg 줄어든 셈이다. 반면 과잉 생산으로 인한 쌀 재고량은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기준 농협의 쌀 재고량은 41만t이다. 지난 2021년 24만t에 비해 1년 사이 71% 급증했다. 정부의 국산·수입 쌀 비축량 역시 지난해 7월 말 기준 104만8000t으로 2021년 같은 기간 82만t보다 28%나 늘었다. 양곡법 개정안 통과 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쌀값 폭락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쌀 수요가 줄어 연간 20만t이 만성적인 공급 과잉 상태인데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면 생산 과잉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오히려 쌀값이 떨어진다”면서 “20여년간 정책적으로 ‘다수확’에서 ‘품질’로 전환해왔는데 이 방향을 되돌릴 것”이라고 반대했다. 쌀 초과 생산량에 따라 정부가 의무 매입 방식으로 보상하게 되면, 농민들이 품질 좋은 쌀 대신 수확량이 많은 쌀을 택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연평균 1조원 이상의 재정 부담도 문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법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2027년 1조1872억원, 2030년 1조4659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분석했다.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되면 쌀값은 2030년 80㎏에 17만 2000원으로 최근 5년 평균(19만 3000원)보다 10.5%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농업, 청년농 육성, 유통 현대화 등을 위한 투자 여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주당은 협상이 결렬될 경우,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쌀값 안정화를 위해 양곡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의 양곡관리법 중재안 중 주요 부분을 수용하고 이를 오는 27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곡관리법을) 그날 본회의에서 처리하고자 하는 건 정부·여당에 좀 더 숙고하고 수용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의결을 건너뛰고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양곡법은 30일 이내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법안을 상정해야 한다. 합의에 실패하면 이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상정 여부를 무기명 투표로 정한다. 과반(169석) 의석을 점한 민주당 단독으로 법안 상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은 양곡법 관련 중재안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한 상태”라면서 “아직 정부 여당 측은 같은 입장이 아니라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27일에는 어떤 형태로든 무조건 처리할 것”이라며 “그때까지 입장이 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처리 의지를 강하게 표명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