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기사 ‘월례비’ 지급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월례비를 ‘부당행위’로 보고 근절키로 하면서 부터다. 월례비는 오랜 관행이지만 이를 악용한 사례가 빈번해 논란이 됐다. 실제 건설사에 월례비를 강요한 노조가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와 노동계는 월례비 지급에 관한 입장차만 확인하고 있다.
모든 현장이 그런 건 아니지만, 타워크레인기사는 월급과 별도로 하도급사에 월례비 600만~1000만원을 요구하는 게 관행이다. 이를 거부하면 인양 속도를 늦추는 등 태업으로 공사 기간을 지연시켜 하도급사로선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악습이지만 피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금품을 건네는 상황. 업계에 따르면 피해사례는 대형사에서 주로 발생한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월례비를 두고 업계와 노동조합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 문제를 두고 노동계와 한 차례 결의를 했지만 이 이상 진전된 건 없다고 한다. 대화도 끊겼다. 업계는 대신 작년부터 건설현장 노조문제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노동계와 그간 대화는 없었고 노동계도 (대화를) 요청한 적 없다”라며 “과거 월례비를 지급하지 말자고 서로 결의했지만 월례비는 완전 관행이라서 지급하지 않으면 현장이 안 돈다. 부당하지만 피해를 고려하면 공기를 연장하더라도 조금씩 돈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월례비 문제는 건설사 규모와 상관없이 관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부분 대형사 피해가 심하다”라며 “작은 회사는 덜해도 대형사는 월례비 관행이 다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도심에 빌라를 짓고 있는 B건설사 관계자는 “노무비와 오티비가 포함돼 있다. 타워크레인 임대료, 기사월급, 초과근무수당 등 체크해서 기성으로 매달 나간다”며 “월례비가 나간다고 얘기는 들었는데 요즘은 좀 덜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례비 미지급으로 공사 지연 피해 생기면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대로 건설노조가 주장하는 월례비는 사실상 ‘근무 외 수당’ 개념이다. 애초에 근로계약서 상에 없는 항목이며, 크레인기사가 현장과 근로계약을 맺으면 건설사가 월례비를 고지한다. 그리고 타워크레인과 무관한 작업을 하는 대가로 월례비를 받는다. 다만 노조도 부당성을 인정하고 건설사에 근절을 위해 서로 다짐하자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5년이 지나도록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요구에 정부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건설사가 기사에게 월례비를 주는 건 몇 십년 전부터 관행돼 온 것”이라며 “우리도 월례비를 합법적인 임금수단이라고 한 적 없고 현장에서 문제되는 걸 공감하고 있어서 월례비 대가로 진행돼온 작업을 요청하지 말라고 공문을 발송했는데 여태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월례비로 타워크레인 조합원간 마찰이 생기면 현장을 조사하고 기사를 교체하거나 징계한 사례가 있다. 노조가 월례비에 대해서 아무런 노력을 안 했다는 건 잘못”이라며 “월례비 문제가 건설현장에서 사라지려면 당연히 노조가 안 받는다는 입장이 있어야 하지만 건설업계에도 월례비 대가로 진행돼온 불안전하고 불법적인 업무를 지시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건설현장 부당·불법행위에 칼끝을 겨누면서 상황은 건설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운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중심으로 현장 실태조사로 드러난 월례비를 포함한 ‘건폭(건설현장폭력)’을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내달 1일부터 월례비를 요구하는 기사는 면허를 빼앗긴다.
정부가 불법·부당행위 근절을 이유삼아 노동계에 가할 압박은 거세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 (관행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과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이 인정되면) 제도개선을 해야 할 것”이라며 “대책방안이나 제도개선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