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케어’ 손질 본격화… 협의체 꾸려 급여기준 검토

‘文 케어’ 손질 본격화… 협의체 꾸려 급여기준 검토

MRI·초음파 급여기준개선협의체 첫 회의
뇌혈관·뇌 MRI 건보 적용 3→2번 축소 방안 검토
의협 “큰 방향 바뀌진 않을 것… 의료현장 혼란 초래 우려”

기사승인 2023-02-27 16:01:45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쿠키뉴스 자료사진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케어’ 대수술에 나선다.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MRI·초음파 검사 관련 급여기준을 본격 검토할 방침이다. 윤 정부는 재정 누수의 주된 요인으로 문재인 케어를 지목해왔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서울 국제전자센터에서 ‘MRI·초음파 급여기준개선협의체’ 1차 회의를 개최했다. 협의체에는 복지부를 비롯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보건당국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가 참여한다. 위원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상무 기준 수석위원이 맡기로 했다.

이날 협의체 첫 회의에서는 MRI·초음파 검사 관련 급여기준 개선 필요성에 대한 보건당국과 의료계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향후 급여기준 개선 추진계획에 대해 논의했다. 협의체 논의를 통해 마련된 급여기준 개선안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 급여기준 고시 개정 등을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의학적 필요성에 따라 합리적 급여기준 마련을 목표로 삼았다. 뇌·뇌혈관 MRI의 경우 두통·어지럼에 대한 신경학적 검사 시 급여를 인정하고 있는데, 신경학적 검사상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하고, 인정 횟수도 3번에서 2번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복부 초음파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급여를 적용하며, 하루에 여러 부위를 봐도 모두 건보 적용이 됐던 초음파는 하루 최대 인정 횟수를 정하기로 했다.

윤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수술대에 올린 이유는 ‘재정지출 효율화’를 위해서다.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 보장률 70%를 목표로 시행된 보장성 강화 정책이다. 초음파, MRI 등 고비용인 3800여개 비급여(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 진료 항목를 단계적으로 완전히 없애는 내용이 담겼다. 2005년 암 등 중증질환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기준을 일반질환(의심)자까지 크게 늘렸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케어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근거로는 지난 7월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보고서를 인용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건강보험 급여 항목 확대 이후 적정 규모 대비 과다 보상, 지출관리 미흡, 과잉진료 유발 등 문제점이 나타났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령 뇌질환 관련 수술·치료 등을 실시한 기록은 없었으나 두통 증상만 있는 환자가 뇌(조영제), 뇌혈관, 특수검사 3종류의 MRI 동시 촬영을 한 경우다. 동일일자에 불필요하게 여러 부위의 초음파를 검진·촬영하는 이상 사례도 연간 약 7000여건 이상 발생한다고 밝혔다.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선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윤 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당장 눈에 띄는 대대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의협은 의료 현장의 혼란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3번까지 적용되던 MRI 급여 적용이 아예 없어진다면 반감을 크게 살 수 있다”며 “정책 방향이 갑자기 바뀌면 일선 의료현장의 혼란이 초래되고,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책적으로 큰 방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감당할 만한 수준의 재원을 소요하는 것인지 합리적으로 추산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급여기준을 지속한다면 미래세대에 짐을 지울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재정지출 효율화 부분을 중점적으로 복지부와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준 복지부 의료보장혁신과장은 “국민께서 적정하게 이용하고 있는 건강보험 혜택은 변함없이 유지하되 재정 누수 요인 차단을 위해 급여기준 개선 필요성이 있는 항목들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논의해 의학적 필요성에 따른 합리적 급여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는 여전하다. 재정지출을 효율화하는 방향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건보 보장성을 축소해 환자에게 부담이 가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이윤 추구를 위해 과잉 진료하는 병·의원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급여기준은 의학적 근거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데 재정긴축을 이유로 보험적용 항목을 일괄 조정하면 실제로 검사가 필요한 사람이 검사를 못 받을 수 있다”며 “진짜 낭비적 의료지출을 막으려면 환자에게 패널티를 주는 게 아니라 과잉진료를 하는 병·의원을 통제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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