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이탈표 사태’ 후폭풍이 거세다. 이번 표결에 대한 해석과 향후 대응 계획이 엇갈리면서, 친명·비명 간 갈등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친명계는 이번 사태를 비명계의 조직적인 공천권, 당권 투쟁으로 보고 있다. 자신들의 정치적 유불리를 염두한 공천 갈등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친명계 핵심 인사인 김남국 의원은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명계가 공천 때문에 가결 표를 던졌다”며 “앞에서는 부결한다고 해놓고 뒤에서는 비밀스러운 행동으로 표를 모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올바르지 않은 정치”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2차 체포동의안이 날아올 경우를 대비해 “권고적 당론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천 불이익을 통해 일부 비명계를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나왔다.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같은 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총선에서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심판할 수 있게 길을 열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당내 최대 쟁점인 이 대표 거취를 결정할 방안으로는 전 당원 투표가 언급됐다. 친명계 5선 중진 안민석 의원은 지난 1일 CBS라디오에서 이 대표 재신임 여부를 전 당원 투표로 확인하자고 제안했다. 당원 여론을 이용해 이 대표 권위를 회복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반면 비명계는 이 대표 사퇴론을 연일 띄우고 있다. 체포동의안 정국이 이어질 경우, 방탄 정당 프레임에 갇혀 지지율 하락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천이 이탈표 원인이라는 친명계의 주장도 반박했다. 표결 결과에는 ‘총선 필패’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당 지지율에 민감한 수도권 의원들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전 당원 투표와 부결 당론에 대한 부정적 기류도 포착됐다. 대표적 비명계로 꼽히는 조응천 의원은 친명계 사이에서 나오는 부결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첫 번째는 아주 호기롭게 우리는 당론할 필요 없다, 자유 투표다 했다가 의외의 결과가 나오니까 두 번부터 단속으로 (하려 한다)”며 “참 모양 빠진다”고 비판했다. 한 비명계 의원도 “그렇게 해서 사태가 해결 되겠나”라며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권리당원들이 나서는 방식으로는 절대 합당한 결론에 이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현실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해 8·28 전당대회 직전 당헌·당규를 개정해 비대위 구성 요건으로 ‘당대표 및 최고위원 과반 이상이 궐위되는 경우’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친명계 최고위원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지 않는다.
결국 핵심 변수는 총선 승패를 가늠할 여론 추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심에 따라 당내 ‘파워 게임’이 급류를 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이 대표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친명계 정성호 의원은 지난달 24일 “이 대표도 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의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는 해석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표가 결코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당헌 80조에 이 대표가 기소되더라도 ‘정치적 탄압’이라는 예외 조항을 들어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기 때문”이라며 “구속되더라도 옥중 서한, 옥중 공천까지 감행하며 버틸 공산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