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대표적 장기미제사건 중 하나인 ‘백 경사 피살사건’ 당시 현장에서 사라진 총기가 21년 만에 나타났다. 사건 당시 사라진 결정적인 증거가 확보되면서 현직 경찰관이 파출소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비극적인 사건의 전모가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6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첩보를 통해 최근 울산에서 발견된 총기의 일련번호가 21년 전 금암2파출소에 벌어진 백 경사 피살사건 당시 사라진 권총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의 장기미제사건 중 하나로 남은 해당 사건은 지난 2002년 추석연휴 첫날인 9월 20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각, 전주북부경찰서 관할 금암2파출소에서 근무 중이던 백모(당시 54세) 경사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당시 백 경사는 목과 가슴 등 6군데를 찔렸고,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 1정과 실탄 4발, 공포탄 1발이 사라졌다.
경찰은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이고 범인 검거에 총력을 집중, 2천만원의 현상금까지 내걸었어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건 해결의 결정적 증거가 될 파출소에 설치된 CCTV도 작동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무면허 운전 중 백 경사에게 단속돼 오토바이를 빼앗겼던 20대 3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검거, 자백을 받아내며 사건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찰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나 사라진 총기 등 증거물 확보에 실패했고, 결정적으로 경찰의 밤샘 조사 등으로 인한 허위 자백으로 밝혀지면서 수사는 미궁에 빠져들었다.
사건은 이후 진척이 없어 15년 후인 2017년 공소시효가 만료돼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했지만,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일명 ‘태완이법’이 2015년 7월 시행되면서 전북경찰청은 장기미제수사팀을 꾸려 사건을 계속 수사해 왔다.
사건당시 없어진 총기를 확보한 경찰은 백 경사 피살사건과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사건 범인들과 연관성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저지른 A씨(52)와 B씨(51)는 백 경사가 피살되기 9개월 전인 2001년 12월 21일 대전 둔산동 옛 국민은행 지하 1층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용 가방을 운반하던 은행직원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들고 도주했다. 이들은 사건 발생 7553일 만인 지난해 8월 25일에 검거됐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 수법이 ‘백 경사 피살사건’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범행에 사용된 권총은 돈을 훔치기 2개월 전 순찰하던 경찰관을 승용차로 들이받아 의식을 잃게 하고 탈취했다. 이들이 국민은행 범행 후 또 다른 범행을 위해 금암2파출소에 침입해 권총을 탈취하려 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현장에서 없어진 총기가 발견된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김영재 기자 jump0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