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에 비해 지지율이 뒤진다는 조사결과가 부쩍 늘어난 탓이다. 전통 지지층인 호남과 총선 승패를 가늠할 서울에서의 지지율 하락도 뼈아픈 대목이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4~6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지 정당’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서 ±3.1%p), 국민의힘 지지율은 42.3%로 민주당(27.8%)을 앞섰다. 양측 간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14.5%p에 달한다.
앞서 지난 3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지지율 하락이 두드러졌다. 해당 조사(2월 28일∼3월 2일, 성인남녀 1001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은 39%, 민주당은 29%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말 이후 8개월 만이다. 한 주만에 지지율이 5%p나 빠진 결과에 민주당은 크게 요동쳤다.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호남·40대 민심도 잃었다. 광주·전라 지지율은 51%로 직전 조사보다 14%p 떨어졌다. 40대의 지지율은 39%로 집계됐다. 직전 조사보다 10%p 하락한 수치다.
총선 승패를 가늠할 ‘전략적 요충지’인 서울 지지율도 급락했다. 지난 조사(34%)에 비해 13%p 하락한 21%를 기록했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민주당 최고위원 대다수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이 무너진다면 사실상 선거 패배나 다름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지도부는 커지는 위기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로 인한 ‘컨벤션 효과’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는 분위기다. 문진석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21일 오전 당 정치탄압 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당 내에서 여러 자료를 놓고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민주당 지지율 하락은) 국민의힘의 전당대회 영향을 받은 것”이라며 “우리 당 지지율은 전당대회 이전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가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명 대표 거취와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친명(친이재명)·비명계의 집안싸움이 본격적인 궤도에 들어서면서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내 계파 갈등의 골은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고 있다. 압도적 부결에 실패한 체포동의안 이탈표 사태가 도화선이었다.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은 표결 직후부터 이탈표 색출 작업에 나섰다. 이낙연 전 대표를 영구 제명하자는 청원 글까지 등장했다. 청원 참여를 독려하는 이들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이낙지 아웃” “낙지 나가라” “낙지 출당청원”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비명계 측은 이재명 대표 사퇴와 출당·제명 요구하는 청원으로 맞불을 놨다.
당내에서는 현 상황을 타개할만한 구체적 대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명계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내) 갈등을 (국민이) 보면 내부적으로 심한 얘기까지 하는 아주 글러 먹은 당, 정치세력으로 (보일 것)”이라며 “결국 이 대표한테도, 반대쪽에 있는 분한테도 다 마이너스다. 송두리째 민주당에 마이너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의 검은 먹구름의 1차적인 원인은 이 대표의 사법적 의혹”이라며 “철저히 분리를 해야 하는데 당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하기는 쉽지 않다. 잠시 뒤로 물러서는 것이 당을 위해서나 이 대표를 위해서나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비명(비이재명)계 김종민 의원도 지난 6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추세적으로 민심이 (민주당에) 안 좋다고 봐야 한다”며 “이를 인정하고 어떤 대책을 세울지 논의해야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손바닥으로 가려버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도부에서 지지도 하락 추세를 외부 요인으로 돌리는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민주당 지도부가 명확한 전략을 내놔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와 표결 후 불거진 당내 내홍이 민주당의 지지율 급락 요인”이라며 “문제는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내 대처 방식이 지리멸렬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지지율이 더 떨어지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어 “사법 리스크라는 위험 요소가 있어도 명확한 방향을 잡고 대응해나가면 지지율이 떨어질 이유가 없다. 당 지도부는 국민과 지지층의 여론을 수렴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