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과점체제인 시중은행 업권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하고 있다. 이 중 지방은행 신규 설립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은 충청도와 강원도 두 곳이 있는데, 금융업권에서는 설립 가능성을 두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번달 초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회의’를 개최하고 은행업 추가 인가와 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권의 지급결제 업무 확대 등 경쟁 촉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진 사안은 ‘은행 추가 설립’이다. 먼저 ‘스몰 라이선스’를 통한 특화은행 설립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소상공인·벤처기업대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은행이나 주택담보대출·지급결제 특화은행, 중·저신용자 전문은행 등이 있다.
또한 시중·지방·인터넷전문은행의 추가 인가도 논의됐다. 저축은행과 지방은행이 인가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각각 지방은행과 시중은행으로 전환을 허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회의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신규 플레이어 진입 과제의 경우 진입하려는 주체가 있는지 여부 등 실효성 측면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방은행은 BNK부산·경남은행과 JB광주·전북은행, DGB대구은행, 제주은행 총 6곳이 있다. 각각 영남, 호남, 제주도를 거점으로 두고 있으며, 충청도와 강원도의 경우 지방은행이 없는 곳이다. 따라서 추가 지방은행이 출범한다면 충청도와 강원도에서 시작될 확률이 높다.
특히 충청도의 경우 금융당국의 논의 이전부터 꾸준히 ‘충청은행’ 설립 움직임을 보여왔다. 충청은행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금융위 업무보고에서 “보스턴식의 맞춤형 금융지주가 대전에 필요하다”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현재 대전시는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충청지방은행)’의 초석이 될 대전투자청의 연내 설립을 목표로 본격적인 추진에 돌입했다. 지난달 22일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 은행 설립 추진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은행 설립방안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진행했으며, 은행 설립 전 단계로 연내에 대전투자청을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용역을 맡은 이와이(EY)컨설팅은 상반기 중 구체적인 추진 일정을 수립할 계획이다. EY컨설팅은 △기업금융 특화 특수국책은행 신규 설립안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은행 등 일반은행 신규 설립안 △공공기관의 특수은행화 검토안 △현 시중은행 기반 활용안 등 네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원점에서부터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충청 지주 혹은 보스턴식의 지주, 이런 얘기를 대통령이 했다”면서 “금융투자회사나 디지털 플랫폼적 관점에서 서민·소상공인 전문은행이 설립된다면 과점성을 축소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두고 아주 원점부터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은행 설립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윤 의원은 “대전에 본사를 둔 기업금융 중심은행은 금융지주사의 과점체제 해소와 국내 벤처 생태계 확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전문은행 설립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은행 업권에서는 현재 국내 경제여건 상 쉽지 않은 일이 될 것이란 의견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의 설립 목적이 지방에 위치한 지역기업들 자금조달과 함께 지역민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는 것”이라며 “최근 경기가 안좋아지면서 지방은행 업황도 안좋은 상황이다 보니 출범을 무사히 끝낸다 하더라도 이후 버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