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 무덤서 살아남기… 국내 게임사, 日 공략 계속한다

MMO 무덤서 살아남기… 국내 게임사, 日 공략 계속한다

기사승인 2023-03-09 07:00:02
넥슨의 MMORPG V4가 일본 내 서비스를 종료한다.   넥슨 

국내 대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 일본서 잇달아 쓴맛을 본 가운데, 게임사들은 올해도 자사의 MMORPG를 앞세워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일본 내에서 해당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만큼, 현지화 마케팅 등을 비롯한 전략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과 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자사의 MMORPG 게임 ‘V4’와 ‘달빛조각사’의 일본 서비스를 각각 오는 4월 26일과 5월 4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2019년 출시된 V4는 ‘2020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흥행과 작품성을 다 잡은 작품이다.  달빛조각사 역시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대만 게임 시장에서도 괄목할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들 게임은 일본 시장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서비스 직후 양대 모바일 앱마켓에서 인기 순위 1위를 다투는 등 반짝 화제를 모았으나, 이를 장기흥행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예로부터 일본은 ‘MMORPG의 무덤’으로 통했다.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에 비해 MMORPG 장르에 대한 선호도가 유독 낮아서다. 다수의 국내 게임사들이 자사의 MMORPG를 내세워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잇따라 쓴맛을 봤다. 일본 게이머들은 타인과 경쟁보다는 가볍게 홀로 즐길 수 있는 캐주얼 장르나, 수집형 RPG 장르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서브컬처 본고장인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한 블루 아카이브.   넥슨

실제로 넥슨의 수집형 RPG 게임 ‘블루 아카이브’는 2021년 일본 서비스를 시작해 장기흥행 중이다. 2주년 업데이트가 있었던 지난 2월엔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1위를 달성했다. 컨슈팅 장르에 서브컬처 게임의 색깔을 입힌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는 8일 기준으로 일본 앱스토어 매출 순위 5위에 올라있다. 

일본 게이머들이 국내 MMORPG의 주요 플랫폼인 PC나 모바일 선호도가 낮다는 점도 일본 내 흥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대한민국 게임백서 2022’에 따르면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5조원, PC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약 4000억원에 불과하다. 콘솔(67조원), 아케이드 게임(68조원) 규모에 비해 현저히 낮다. 

반면 국내에선 여전히 MMORPG 장르가 흥행 보증 수표로 통한다. 올 상반기에만 카카오게임즈, 넥슨, 위메이드, 컴투스홀딩스 등 다수의 게임사가 대형 MMORPG를 속속 내놓는다. MMORPG를 간판 게임으로 내세우는 국내 게임사들에게 일본은 공략 난이도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그러나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로 외면하기 힘든 시장이기도 하다. 거듭된 실패에도 국내 게임사들이 지속적으로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다. 

지난 7일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한 대항해시대 오리진.   라인게임즈

올해도 다수의 대형 MMORPG 게임이 일본 진출을 예고한 상황이다. 7일엔 라인게임즈의 ‘대항해시대 오리진’이 일본 서비스를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는 올 상반기 출시를 앞둔 ‘쓰론 앤 리버티(TL)’를 일본 시장에서 서비스한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국내에서 대성공을 거둔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2분기 내 일본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선 다양한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고 입을 모은다. 성우 팬 층이 두터운 일본 게이머들을 고려해 음성 더빙 작업에 유명 성우를 고용하거나, 아이템 획득 시 나타나는 연출 효과를 현지 선호도에 맞춰 변화를 주는 등 현지화에 각별히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리니지 2 레볼루션(넷마블)’은 게임 내 소통과 감성 요소를 중시하는 일본 게임 특성을 고려해 게임 가이드 역할을 하는 NPC를 도입하는 등 꼼꼼한 현지화 전략으로 2017년 일본 매출 순위 1위에 오른 바 있다. 이밖에 일반 인플루언서보다 ‘버추얼 스트리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일본 게이머들의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마케팅을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공략을 시작한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경우 서비스에 앞서 고품질 일러스트, 일본의 유명 작곡가 칸노 요코가 참여한 OST 등 일본 유저들의 눈길을 끄는 요소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게임 알리기에 나섰다. 게임의 장르를 해양 모험 시뮬레이션 RPG로 포지셔닝 하는 등 장르에 대한 선입견도 지우려 노력했다. 일본 코에이 ‘대항해시대’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제작해 일본 이용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친숙한 게임인 점도 기대감을 모으는 요소다.

국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MMORPG가 일본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는 상황이다. 장르를 떠나 일본 게이머들의 친근감과 접근성을 높이는 방향을 고민해야 될 때”라고 짚었다. 

한편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국내 MMORPG의 일본 내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 게임사들 역시 성공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자사의 게임 구현 기술력을 시험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새로운 수익모델에 대한 전략 수립, 유의미한 플레이어 로그 분석 및 패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장인 만큼 일본 진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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