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내 시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규제 완화 조치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1983년 출범한 SVB는 스타트업과 IT기업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은행으로 코로나 사태 때 초저금리와 정부 지원 등으로 IT업계가 호황을 맞으면서 성장해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자금이 필요해진 기업들이 예금 인출에 나서기 시작했고, 일반 고객들도 불안감에 예금인출이 이어지면서 하루 사이 무려 56조원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 현상이 일어나게 됐다.
이번 SVB 파산 사태를 두고 국내 주요 경제전문가들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출투자책임관 회의를 열고 “지난 주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폐쇄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면서도 “아직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경제 전반의 리스크로 확산하지 않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여파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우리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 합동으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시장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신속히 대응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도 같은날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현재로서는 SVB, 시그니처은행 폐쇄 등이 은행 등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이번 사태가 투자 심리에 미치는 영향, 오는 14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 등에 따라서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 속 금융당국은 시중은행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보호조치를 추가 연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바젤 기준에 따라 거래상대방에 대한 익스포저를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거액 익스포저 한도 관리 기준을 내년 3월 말까지 1년 연장하는 행정 지도를 예고했다.
해당 규제는 국내은행이 거래상대방별 익스포저를 국제결제은행(BIS)기준 기본자본의 25%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고 있는데, 개별기업에 대출 등을 몰아줬다 부도가 나서 은행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자 함이다.
또한 지난해 10월 발표한 유동성 규제 완화를 연장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 금융협회와 은행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이뤄진 한시적 시장 안정화 조치의 연장 여부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으며 이달 내로 연장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