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사죄하지 않는다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은 안 받겠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가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소리쳤다. 이날 회의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 속에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개최됐다.
민주당 외통위원들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자당 이원욱 의원이 발의한 ‘윤석열 정부의 굴욕적 반역사적 강제동원 해법 철회·일본 정부와 기업의 사죄와 배상촉구 결의안’ 단독 의결했다. 해당 결의안에는 정부의 ‘제3자 변제안’ 추진 철회와 함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신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정부가 제시한 제3자 변제안을 ‘굴욕적 해법’이라고 질타했다. 조정식 의원은 “1910년 일제에 의해 우리 국권을 상실한 경술국치 이후 최악의 국가적 치욕이자 굴욕외교”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박홍근 의원은 “이 굴욕적 해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강력하게 규탄결의안을 추진해야 한다”며 “대통령이든, 외교부 장관이든 삼권분립을 부정하고 입법적 치유없이 강행하는 것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외통위 회의에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5)도 참석했다. 양 할머니는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그런 돈은 절대 받지 않겠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를 향한 비판도 제기했다. 양 할머니는 “이 정부는 뭣 하는 정부요. 솔직히 말해서 ‘대통령 옷 벗으라’ 하고 싶소”라고 목소리 높였다. 또 회의 중간에 “다 똑같은 도둑놈들이다. 참말로 나라가 아니라 웬수들”이라고도 했다. 이어 “(이런 식이면) 이 동포들이 마음 편히 못 산다”며 “적극 여러분들이(야당 의원) 양심에 닿는 데로 그 말을 하셔서, 우리나라가 언제든지 동포들이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 여러분들이 할 일이다. 여러분이 사람답게 살게끔 해달라. 참말로 분해서 못 살겠다”며 거듭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외통위 회의를 놓고 ‘정쟁 의도’가 짙다고 주장했다. 오는 16일 예정된 한일 정상회담을 흠집내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며 소속 위원 전원이 불참했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식에 대해 “한일청구권협정과 대법원 판결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 방안은 해결의 시작일 뿐, 결코 종착역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상임위원회에 양금덕 할머니까지 모셔와 정쟁을 일으키고 정부 방침을 비방할 생각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