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카카오 판정승으로 끝났다. 하이브가 SM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지난 12일 밝히면서다. 한 달 넘게 이어진 갈등은 카카오가 SM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SM은 앞서 예고한 ‘SM 3.0’ 전략 실행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수만 없는 SM, 멀티 프로듀싱 시험대
SM 3.0의 핵심은 멀티 프로듀싱이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진두지휘하던 콘텐츠 제작을 여러 제작 센터와 레이블이 독립적으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이 전 총괄이 지분 100%를 보유한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도 지난해 말 종료했다. SM은 이를 통해 2025년까지 △ 활동 아티스트를 21개 팀 이상으로 늘리고 △ 연간 40장 넘는 음반을 출시해 27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달성하고 △ 연간 400회 넘는 공연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SM 3.0은 이 전 총괄 없는 SMP(SM 뮤직 퍼포먼스)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전 총괄과 그의 측근인 유영진 프로듀서는 절도 있는 안무와 현란한 댄스곡을 SMP라는 장르로 굳히며 수많은 ‘슴덕’(SM 마니아)을 양산했다. 문화와 기술이 결합한 CT(Culture Technology)를 앞세워 현실과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SMCU(SM 문화 세계관), 멤버 영입이 자유롭고 확장 규모도 무한한 그룹 NCT 등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요컨대 이 전 총괄은 SM의 과거, 현재, 미래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장본인이었다.
SM 3.0 비전 발표 이후 ‘이 전 총괄 없이 ‘광야’(SMCU 배경이 되는 가상 세계)와 NCT를 이어갈 수 있겠나’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SM 내에서 이 전 총괄의 입김이 막강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 전 총괄의 비전 중) 무엇을 이을지 혹은 어디에서 시작할지 등을 두고 프로듀싱 팀이나 A&R(아티스트&레퍼토리) 파트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일명 SM 레거시(유산)가 이 전 총괄 혼자만의 성취였다고 보긴 어렵다. SM이 20여년 간 쌓은 제작 시스템과 아티스트와 창작진 등 인적 자원 또한 SM 레거시의 일부라서다. 김 평론가는 “SM은 아티스트들 역량이 뛰어나고 그들을 보조하는 시스템과 작곡 풀도 오랜 시간 잘 갖춰졌다”며 “이 전 총괄의 공백에 잘 대처하려면 남은 구성원이 자기 몫을 해낼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이 안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IP 주고 유통망 받고…SM·카카오 시너지는
스타쉽엔터테인먼트, IST엔터테인먼트, 안테나 등 여러 연예기획사를 자회사로 흡수하며 콘텐츠 시장에 눈독 들여온 카카오는 SM 인수로 ‘슈퍼 IP(지식재산)’를 손에 넣게 됐다. SM은 카카오의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를 활용해 북미 등 해외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리라고 기대할 만하다. 이아름 한국콘텐츠진흥원 미래정책팀 책임연구원은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거대 IT 기업(카카오)은 자사 플랫폼으로 유통할 콘텐츠가 절실하다. 반대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SM)는 자사 IP를 해외로 알릴 유통망을 원한다. 카카오의 SM 인수는 두 회사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향후 거대 플랫폼이나 IT 기업, 대형 기업이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투자하거나 IP 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증권업계는 카카오가 SM을 인수하면서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3일 낸 보고서에서 “카카오와 SM을 합하면 연간 음반판매량은 2500만장 이상, 공연 모객 수는 250만명 이상인 초거대 엔터사가 또 하나 탄생하는 것”이라며 “SM 경영진 및 장기 전략 방향성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제거됨으로써 SM 3.0 전략은 IP 수익화, 해외사업 확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확장을 노리는 카카오와 SM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면서 “카카오톡 내 팬 플랫폼 기능만 추가하더라도 카카오톡 사용자가 글로벌 중심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