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계기로 금융업권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SVB와 비슷한 규모의 금융사들인 저축은행업권과 인터넷은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는데, 각 업권에서는 유동성 비율에 문제가 없다며 금융소비자들을 안심하게 하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SVB가 최근 유동성 위기로 결국 파산했다. SVB는 미국 내 16위에 해당하는 은행으로 개인이나 가계를 대상으로 전문 영업을 하는 대신 벤처캐피탈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으로부터 예금을 유치하는 영업 전략을 취하는 ‘특화은행’으로 분류된다.
SVB의 파산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불안감을 일으켰다. 디지털시대로 변화하면서 소형 금융사가 아닌 어느정도 규모가 있는 금융사들도 순식간에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들이 제기되는 상황. 특히 이같은 불안감은 SVB와 어느 정도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들에게 중점적으로 제기됐다.
실제로 금융업권의 불안감은 지표를 보면 일리가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기조로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어 연체율 등 자본건전성들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먼저 인터넷은행의 연체율은 시중은행 대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연체율은 0.49%로 1분기 말 대비 0.23%p 상승했다. 여기에 케이뱅크의 연체율(3분기 말 기준)은 0.67%로 같은 기간 0.19%p 상승했다. 토스뱅크는 같은기간 0.26%p 오른 0.30%를 기록했다. 이는 4대 은행의 1월 신규 연체율 평균이 0.09%임을 감안하면 3~7배 가량 높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 대출 잔액은 2915억9100만원으로 1분기 말 연체 대출 잔액(1062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로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까지 전국 79개 저축은행 평균 연체율은 3.0%로 전분기 대비 0.4%p 상승했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2.5%에서 0.5%p 증가한 수치이며, 금액으로 보면 3조4345억원으로 32.2%(8359억원) 늘었다.
BIS자기자본비율도 악화됐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은행의 건전성을 점검하는 지표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게 8% 이상의 BIS 비율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축은행 전체의 BIS비율은 지난해 9월 12.88%를 기록, 1년 전 13.82%보다 0.94%p 떨어졌다. 2019년말 14.8%였던 BIS비율이 현재까지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각 업권과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먼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사태는 SVB의 특수한 영업구조가 최근 금융긴축 과정과 맞물려 발생한 경우”라며 “미국 정부와 감독당국이 12일 SVB의 모든 예금자를 보호하기로 조치함에 따라 시스템적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도 “SVB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됐지만, 현재로선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별도의 보도자료 발표를 통해 “저축은행들은 저축은행감독규정에서 정한 유동성 비율 100% 이상을 준수하고 있다”며 “SVB는 주로 벤처캐피탈이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했다면 국내 저축은행은 개인이나 기업 예금과 대출을 통한 예대마진으로 인해 이익을 보는 구조”라며 차이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익구조부터 근본적인 차이가 있고 지난해말 기준 저축은행 업권 전체의 유동성 비율은 177.1%로 저축은행 감독규정에서 정한 100%를 넘은 안정적 수준”이라며 “오히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금융소비자에게는 대출을 못 내주는 ‘컷오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며, 대출을 줄여서라도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뱅크런 같은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넷은행도 마찬가지로 위험성이 적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의견이다. 금융감독원이 SVB 사태 발생 후 금융권 리스크를 점검해보니 인터넷은행의 경우 1인당 평균 예금액은 200만원대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자보호한도는 5000만원인 데다 인터넷은행의 경우 자금조달이 소액 또는 소매자금으로 이뤄져 단기간 내 자금 이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SVB의 경우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 전문 은행이라 각 계좌당 예치금이 매우 크다보니 예금 이탈 현상이 순식간에 일어났지만,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를 중심으로 한 소매금융을 핵심사업으로 하고 있다”며 “한국 인터넷은행의 특성상 단기간 내 자금 이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