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노총의 반대에는 꿈쩍도 하지 않던 대통령실이 결국 한발 물러섰다. MZ 노조가 반대 성명을 내자, 곧바로 대통령의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재검토 지시가 떨어졌다. 총선 핵심지지 동력인 2030세대의 민심 이반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주 최대 52시간 근로제’를 69시간으로 확대하는 개편안을 발표했다. 주 52시간제의 큰 틀을 유지하되, 노사 합의를 거쳐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유동적으로 업무시간을 조절하자는 취지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내놓은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2030세대의 여론 악화도 심상치 않다. 최근 복수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과 여당을 외면하는 징후가 포착됐다. 리얼미터 3월2주 조사(6~10일 실시)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일주일 전에 비해 4%p 하락한 38.9% 기록하며 4주 만에 30%대로 주저앉았다. 20대 연령층(만18~29세)의 긍정 평가는 지난주(37.9%)보다 10.2%p 추락한 27.7%를 기록했다. 30대도 6.3%p가 빠진 29.4%였다. 격주로 실시되는 NBS 조사(13~15일)에서는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 반대 의견이 54%에 달했다. 핵심 경제활동 인구인 30대는 67%가 반대, 20대는 65%가 반대 의사를 표했다.
비판이 커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 청년세대를 중심으로 여론이 계속 악화하자 ‘상한 캡’을 꺼내 들며 직접 수습에 나섰다. 청년층 지지율 급락과 함께 노동개혁의 ‘우군’으로 꼽히는 MZ 노조마저 개편안을 비판한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2030세대 민심에 예민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선거에 있다. 여당은 지난 대선에서 ‘세대포위론’을 내세웠다. 아성인 60대 이상 유권자와 2030세대의 지지를 결합해 민주당 지지성향이 강한 40대를 누른다는 전략이다.
유의미한 결과도 얻었다. 청년층은 지난 대선기간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으로 급부상했다. 윤 대통령은 20대에서 45.5%, 30대에서 48.1%의 지지를 얻었다. 0.73%p 차의 신승을 이끌어낸 강력한 ‘원군’이 바로 청년세대였다. 청년 지지를 등에 업는 세대포위론이 선거 승리 공식으로 떠오른 순간이다.
이제 총선이다. 내년 4월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장이자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성패를 좌우할 분수령이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명운도 내년 총선 성적에 달렸다.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또다시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형성돼 윤 대통령의 국정 동력도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반의석을 확보하면 낮아진 지지율을 극복하고 다시 국정 개혁을 추진할 힘이 실린다.
청년들의 지지가 곧 선거 승리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지난 선거에서 증명됐다. 이들 민심이 흔들리는 상황에 윤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마지막까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 또는 조기 레임덕을 맞은 식물 대통령이라는 갈림길에 직면하면서다. 청년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금 대통령의 모든 생각의 끝은 총선”이라며 “총선에서 의석수 과반을 이루면 임기 후반기는 탄탄대로지만, 그 반대라면 레임덕 가능성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조기 레임덕을 방지하려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20·30세대와 60대 이상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40·50 지지세를 꺾는 게 관건”이라며 “윤 대통령이 청년 지지율에 절박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조사는 무선 97%·유선 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4%였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은희·안소현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