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청문도 안 거친 ‘이복현’, 반복되는 월권 논란

인사 청문도 안 거친 ‘이복현’, 반복되는 월권 논란

공매도·은행업 개편 등 금융위원장 권한 침해 논란
금융지주 회장 퇴임 압박 등 정무적 발언 쏟아네

기사승인 2023-03-31 06:00:2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감원

‘공매도 완전 재개’ 발언이 불러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월권 논란이 좀처럼 가라않지 않고 있다. 이 원장이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과거 발언들까지 회자되며 월권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공매도 완전 재개’ 월권 논란과 관련해 “금융당국 수장들과 논의해 온 현안 중 하나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하는 취지에서 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앞서 이 원장이 지난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안에 공매도 규제 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데 따른 해명이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질 때 주식을 사서 되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내는 투자 방법이다. 정부는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이후 2021년 5월 상대적으로 대형주인 350종목을 대상으로만 부분적으로 공매도를 재개했다. 공매도 금지와 재개는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하게 된다. 

금융위 회의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을 포함해 금감원장과 기획재정부 차관, 예금보험공사 사장, 한국은행 부총재 등 총 9명이 참석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법은 금융위원회를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금융위원장으로 명시하고 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금융감독 관련 업무로 제한된다. 이는 이 원장의 월권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 등 검증을 거쳐 선임되는 반면 금감원장은 검증없이 대통령의 결정으로 임명된다”며 “인사청문을 거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원장이 금융위원회를 대표할 수 없는 만큼 공매도 재개와 관련한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월권 논란은 이번 한 번 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14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우리‧하나‧신한‧KB국민‧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현행법은 금감원의 역할을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 등을 수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정책과 관련된 업무는 금융위가 담당한다. 따라서 이 원장의 지시는 금융위의 업무영역을 침범했다는 논란을 불러왔다. 

여기에 이 원장은 은행의 이자장사를 비판하거나 우리금융지주의 회장 선임을 두고 손태승 전 회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등 정무적 발언들은 쏟아냈다. 예를들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다, 만장일치로 징계한 사안이다, 조용병 회장의 용퇴가 존경스럽다” 등의 발언으로 손 전 회장의 사퇴 압박 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이 월권 논란을 불러올 정도로 강한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는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원장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부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국정농단 수사까지 오랜 시간 윤 대통령과 보폭을 맞춘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 인사로 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금융정책 및 감독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반응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정책과 감독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감독당국 수장이 정책 역할까지 맡게 될 경우 업무의 무게추가 정책과 감독 중 한 쪽으로 쏠리는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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