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에 신축 중인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가 ‘암초’를 만났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더해 특고압선 지중화 공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3일 ‘특고압선로 지중화공사 반대를 위한 안양 시민모임’에 따르면 시내 지중화공사 일부 구간에서 평판재하시험을 실시한 결과 ‘지지력 계수(MN/㎥) 기준’에 미달하는 수치가 나왔다. 평판재하시험은 평판에 하중을 가해 그 침하량으로 지반의 내력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향후 지반 침하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시험은 같은달 30일 안양시 동안구 부림초등학교 앞과 만안구 A 아파트 앞에서 진행됐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지지력 계수는 각각 97.834와 139.6로 측정됐다. 보조기층·동상방지층 아스팔트 포장 기준 지지력 계수는 294 이상이다. 두 곳 모두 기준치를 2배 이상 밑돌았다. 도로가 꺼질 가능성이 있어 보완이 필요한 수치다.
시료채취도 함께 실시됐다. 보조기층 공사 당시 점토질과 유기불순물 등이 섞였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 과정에서 터파기가 부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 아파트 앞 특고압선 매설 구간, 아스콘과 혼합골재 아래 양질의 토사가 있어야 하는 자리에서 성인 팔뚝 크기의 커다란 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날 경기도건설본부의 시험 및 시료채취는 부실 공사가 우려된다는 시민들 요구에 안양시가 응하며 성사됐다. 시민들은 데이터센터 건립 및 도심 인구밀집 지역을 지나는 특고압선 지중화에 대해 반발해왔다. 시민 모임은 지난 1월 감사원에 안양시의 위법 행위 및 공익침해로 인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사전감사와 시료채취 및 시험 결과 등을 종합해 본감사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본감사가 실시될 시, 해당 기간은 데이터센터 신축 및 지중화 공사가 중단된다.
다만 LG유플러스는 검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평판재하시험이 일반적인 조건에서 수행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LG유플러스는 “탄성 성분이 있는 아스콘 위에서 수행함으로써 정확도가 떨어졌다”며 “도로 절삭 시 공급된 물로 인해 침하량이 과다해 측정의미 없음으로 시험이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평판재하시험은 일반적으로 아스콘 등의 포장이 진행되기 전에 실시된다. 이번 시험은 아스콘 포장을 뜯어낸 후 이뤄졌다.
당시 시험 현장을 지켜본 시민모임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디오로 촬영했다. 시험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의미 없으니 종료하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입회 자격만 있었던 LG유플러스에서 무슨 권한으로 의미 없이 종료됐다는 결론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토목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시험 방법은 아니지만 공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포장 전후 결과가 다를지 의문”이라며 “포장하기 전 적합한 기준치였다면 포장한 후에도 기준치에 부합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문제로 삼는 것은 부실 공사뿐만이 아니다. 같은 달 28일 찾은 안양시 만안구 안양동과 동안구 관양동 일대 도로변에는 ‘몰래 묻은 15만4000볼트 특고압선 지나가는 곳’이라는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서안양변전소에서 데이터센터까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7㎞ 구간 지하에 특고압선이 깔렸다. 주민들은 매설심도가 깊지 않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 중이다. 매설 깊이는 1~2m다. 얕게는 69㎝ 깊이로 묻힌 구간도 있다. 이 구간과 4000여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의 이격거리는 15m다.
이같은 논란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다. LG유플러스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안양시 내 데이터센터 건축물 및 건축 예정은 5개소다. 기존 건축물 2개소, 공사 중 건축물 2개소, 지구단위계획 수립 1개소다. 대부분 많은 사람이 거주하거나 오가는 곳에 위치해있다.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효성데이터센터 부지 옆에는 아파트 단지 5곳이 붙어있다. 총 1200여세대다. 이 중 가장 가까운 아파트 단지와 부지와의 거리는 10m 남짓이다.
향후 또 다른 데이터센터가 안양시 내에 입주할 가능성도 있다. 안양시는 “주민들의 우려를 고려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데이터센터는 도시지역 내 건축이 가능한 시설이다. 사업시행자가 허용되는 용도 지역에 건축을 신청하면 제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시에서 데이터센터를 정책적으로 추진한 사항은 없다”면서 “우리 시의 입지 여건이 좋아 사업시행자가 건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차원의 보완책은 없을까. 안양시는 “주민들의 전자파로 인한 불안감 불식을 위해 특고압선 매설 시 어린이집·학교 주변은 우회하고 매설 깊이를 현재보다 더 깊게 매설할 수 있도록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통해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 데이터센터 건축물 입지 여건 규제 등도 법 개정을 통해 정비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년 상·하반기 특고압선 전자파를 측정해 시 홈페이지 등에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것이 안양시의 입장이지만, 이미 5곳의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이 진행 중에 있고 추가 건립 예정이 얼마나 되는지도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