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 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전광훈 목사와 관련된 자신의 잇따른 실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에 여권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쇄도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5일 방미 중 북미자유수호연합 주최로 애틀랜타 한인회관에서 진행된 강연을 통해 “전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 했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12일 전 목사가 주관하는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게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 최고위원은 해당 발언들에 대해 “자중하겠다”며 사과했다.
이준석 “이전 지도부에서도 그랬어…양두구육 사과할 일 아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이전 지도부에서도 그랬으며 빈번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이 김 최고위원의 발언과 자신의 양두구육 발언을 비교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31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김 최고위원은 (이전) 지도부가 시작되자마자 옆자리에서 ‘이재명 안동‧예안 발언’을 해서 사과하러 다녔다”며 “그런 일이 빈번했고 김기현 대표 지도부에서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2021년 7월 5일 “이재명은 안동이 아니고 예안 출신이라서 기본이 안 돼 있다는 얘기를 (안동시민이) 했다”고 말해 뭇매를 맞았다.
이어 “(윤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사과를 안 했고 김 최고위원은 사과를 해서 징계를 안 했다는 헛소리를 했다”며 “양두구육 발언이 왜 사과를 해야 하는 발언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를 밀어내려고 징계를 하다 보니까 기준도 지키지 못하게 됐다”며 “그래서 완전히 흔들리게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변인은 31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거나 사과한 적이 없던 걸로 기억한다”며 “그러나 김 최고위원은 본인 발언이 잘못된 발언이었다는 걸 명시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 차이에 따라서 당과 당원들은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지 않냐”고 했다.
與 의원들 “김재원 이해 안 가…불필요한 논란”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최고위원의 발언이 이해가 가지 않고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또 당은 이럴수록 적극적 민생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청년들에게 1000원짜리 밥을 사주는 건 답이 없다고 소리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쿠키뉴스에 “매우 안 좋게 바라보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제주 4.3사건 (추모식에) 갔다 왔고 지난해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모든 의원들이 다 갔다. 무슨 막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은 여기에만 매몰되지 말고 더 적극적인 민생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청년들에게) 1000원짜리 밥을 사주고 다니는 것으론 답이 안 나온다”고 비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지난달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언어를 전략적으로 구사하는데 감이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며 “정치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되는 워딩을 반복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준표 “인성 나쁜 사람, 국민 속이는 나쁜 짓 골라 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 최고위원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홍 시장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서 “인성 나쁜 사람을 곁에 두었다가 낭패를 본 일이 가끔 있었다”며 “정치도 마찬가지다. 인성이 나쁜 사람은 정치가 아니라 사치를 하기 때문에 교언영색으로 국민을 속이는 나쁜 짓만 골라 한다”고 적었다.
홍 시장은 이전에도 김 최고위원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 때는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과 망언을 한 이번에는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또 28일엔 “맨날 실언만 하는 사람은 그냥 제명하라”며 “총선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