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고물가와 경기 부진 상황이 계속되면서 자영업자 대출이 10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다중채무자가 늘어나며 대출의 질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연체율이 상승하는 가운데 이러한 다중채무자는 ‘부실의 뇌관’으로 평가되며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3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의 대출은 1019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자영업자 대출이 개인대출과 사업자대출이 혼재된 특성을 반영해 개인사업자대출 보유자를 자영업자로 간주하고, 이들의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을 더해 산출됐다.
대출 종류별로는 사업자대출이 671조7000억원, 가계대출이 34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자영업자대출은 지난해 3분기 1000조원을 돌파해 4분기에도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증가율은 0.6%로 3분기 2.0% 보다는 낮아졌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가운데 다중채무자가 늘어났다. 전체 자영업 대출자 가운데 56.4%(173만명)는 가계대출을 받은 금융기관 수와 개인사업자대출 상품 수의 합이 3개 이상인 다중채무자였다. 대출액 기준으로는 전체 자영업 대출의 70.6%(720조3000억원)를 다중채무자가 차지했다.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추정 대출액은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4억2000만원으로, 이들은 금리가 0.25%p(포인트), 1.50%p 인상되면 1인당 연이자가 각각 76만원, 454만원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약 1년 반 사이 기준금리 인상 폭(3.00%포인트)만큼 대출금리가 뛰었다면 이자가 908만원 불어났다는 계산이 나온다.
앞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다중채무자를 국내 금융시장의 잠재 리스크로 지목한 바 있다. 추 부총리는 “한계기업과 취약부동산 사업장, 다중채무자 등 금융 취약부문의 잠재 리스크가 시장불안과 맞물려 현실화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금융권 스스로도 충분한 충당금 적립 및 자본 확충 등 손실 흡수 능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권도 대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어 다중채무자에 대한 우려가 높다. 5대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 2월 신규 연체율은 평균 0.09%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0.04%(평균) 수준에서 관리되던 신규 연체율은 8월 0.05%로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해 올해 2월 가계대출 0.07%, 기업대출은 0.1%까지 상승했다.
은행의 또 다른 자산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5대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상반기 0.22%까지 내려갔지만 올해 2월 0.27%까지 올랐다.
금융감독원은 다중채무자 대출 부실 우려에 대비해 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올해 중소서민금융 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다중채무자 충당금 적립률 등을 상향해 잠재리스크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자영업자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연장이 종료되면 연체율 상승이 예상된다”며 “다중채무자의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도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대환해 주거나 이자를 일부 감면해 주는 등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